[기고] 대선후보 진정성이 보고 싶은 이유

  • 입력 2012.12.05 00:00
  • 기자명 이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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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D-day를 앞두고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고 주시하는 대선무대에 이제 캐스팅이 확정된 주연 및 조연급 배우 모두가 등장해 막이 내려질 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할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막이 내려지면 관객의 박수소리와 감동지수에 의해 대선공연의 평가는 내려질 것이다.

배우들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중에 몰입하여 관객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 연출자는 관객의 기대와 염원을 담은 시나리오를 관객의 특성에 맞게 적정하게 각색을 한 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리 연기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 후보들은 재래시장, 거리, 공장, 학교, 복지시설, 군부대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메시지와 감정을 엮은 모습을 몰입해서 잘 표출하게 된다.

대선후보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다. 물론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모든 것들을 보여주려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를 새로 창조하고 그것을 관객에게 각인시켜 동일시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이다. 극중 인물에서의 이미지와 배우의 실제와 달라 실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관객의 착각이다. 배우는 극중 인물의 대리표현자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배우가 인간으로서 내면의 심층에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 그의 진정성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관객의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를 전할 수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배우의 내면세계와는 동떨어진 내용을 연기라는 기술로 포장하는 경우, 배우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물론이고 배우 자신도 내적 갈등으로 힘들어지게 된다. 속마음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일종의 감정노동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마저도 노련한 연기로 교묘하게 위장할 수도 있고 그것이 배우의 연기력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의 경우는 다르다. 국민들은 후보의 연기력을 보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후보의 가치와 철학이 그대로 배어나온 말과 행동을 통해서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할 뿐이다. 일시적으로 무대에서 연출된 표현은 얼마든지 전문조력자들에 의해서 의도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안과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뒤엉키는 상황 하에선 아무리 보완을 하고자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숨길 수 없는 후보의 속마음과 내면세계가 언뜻언뜻 속살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선후보의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이 진솔하게 평가하고 판단할 기회가 많아져야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언행은 그의 오랜 사고와 행동, 식견과 경험의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가 앞으로 어떤 가치와 행동으로 국정을 운영할지는 그의 삶의 궤적과 현재와 미래의 상황인식을 심도 있게 파헤쳐서 분석해볼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가장 확실한 판별방법인 것 같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맞장토론 형식이 큰 관심을 끈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은 현란한 말솜씨의 웅변가나 아나운서를, 더구나 성직자를 뽑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 후에 말과 행동이 달라져 국정운영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할 필요성 때문에 후보의 진정성을 진솔하게 보여 달라고 국민들은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가 이미지시대라 해도 국민들은 만들어지고 연출된 이미지가 아니라, 후보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풍겨지고 보여지는 그런 '참 이미지'를 보고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히려 매일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쏟아내는 공약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후보의 가치와 철학, 식견과 경험인 것이다. 거기서 후보의 진정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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