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徙木之信(사목지신)

  • 입력 2012.12.20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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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은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인 상앙의 법령 시행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상앙은 새로운 법을 정하였으나, 백성들이 이를 믿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그는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남문(南門)에 세우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금 열냥을 주겠다고 포고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감히 옮기지 않았다.
상앙이 다시 금 오십냥을 내걸자, 한 사나이가 나타나 그것을 북문으로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상금을 주어 거짓이 아님을 내보였다. 이렇게 하여 신법을 공포하였는데, 일년 후 백성들이 그 법령의 불편한 점을 고하며 도성으로 몰려왔다.

이때 태자(太子)가 그 법을 어겼다. 상앙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상류층 사람들이 범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태자의 보좌관과 그의 스승을 처형하였다. 이후 백성들은 기꺼이 법령을 준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을 뜻하며,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고도 한다. 행정과 주민의 대표인 군의회에서도 상앙의 사목지신(徙木之信)의 신념을 가지고 행정을 펼쳐야 하며, 그 펼치는 행정과 의정활동은 자신들부터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믿음을 주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매년 12월이 되면 항상 뭔지 모를 아쉬움이 가슴 한쪽 켠에 남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년 초에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신년의 계획들을 ‘꼭 지키겠다!’는 신념보다는 ‘언젠가는 지킬 것이다!’라는 다짐에 더 가깝다.
기자도 올 초 거창한 계획을 세웠었다. 그것은 ‘올해는 꼭 담배를 끊는 것’이었고 ‘매달 책을 4권 이상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섹스폰을 배우는 것’이었고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신년의 계획들을 한해의 마지막에서 점검하니 ‘담배는 여전했고, 책은 2권 이상 읽지 않았으며, 섹스폰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운동은 귀차니즘에 불어난 뱃살에 전신(全身)을 점령당한 상태’였다. 결국은 ‘나’ 자신과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언젠가는’이라는 다짐과 ‘바빠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변명의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려 하지만, 기자는 찜찜한 마음을 금 할 길이 없다. 행정과 군 의회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이 든다.

신년하례식을 통해 ‘올해는 케이블카 설치와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한해를 만들자!’며 힘차게 출발했던 모습은 케이블카의 보류와 엑스포 조직위의 일련의 사건들로 통해 그 의지는 흐지부지 주민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있다. 또 행정과 군 의회는 케이블카 보류의 이유를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으며, 엑스포조직위도 일련의 사건들을 명확하게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 않아 의혹들만 증폭 시켰다.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한다. 그리고 지역민들이 공감 할 수 있는 행정과 의정을 펼쳐야한다. 진정성을 가진 솔선수범의 자세가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 무던히도 소통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불통으로 인해 무수한 오해와 의혹들만 부추겼다.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소통으로 인한 화합의 모습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혹자는 ‘소통하면 뭐 하겠노?’하겠지만 ‘기분 좋아져서 소고기 먹으면’ 된다. 단순한 진리다. 같이 기분 좋아지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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