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홍준표 도지사에게

승인2013.03.28l수정201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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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의 이력은 다채롭고 호화롭다. 검사출신으로 공당의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을 지냈고 잠깐 숨고르기를 하더니 곡예단의 마술사처럼 단숨에 경남도백으로 금의환향 했다.
김두관 전 지사 2년 동안 머리와 몸통이 따로 분리된 경남도정은 한마디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난장판이었다.
보궐선거에서 도민들이 압도적으로 홍 지사를 선택한 것은 그가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경륜을 기초부터 익힌 목민관으로서의 자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홍 지사를 정치인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도민의 심부름꾼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그를 지지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행동으로 옮겨야 할 우선순위의 도정은 약자와 소외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선정이어야 했음에도 지금 홍 지사는 목민관이 아니라 단순 정치기능공 홍준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이다.
목민(牧民)의 기본은 굳이 다산선생의 목민심서 중 애민육조를 펼치지 않더라도 불우한 서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나이든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돕고 길흉사에 상부상조하고 병든 이들을 구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민족의 미풍양속으로 권장돼 왔고 그래서 애민육조는 백성의 어버이로 일컫는 관료들의 좌우명이나 신심명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영세한 도민들이 실낱처럼 의지하던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게 과연 합당하고 바른 도정인지 의문이 간다.
복지는 한 국가의 민심과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초도순시를 보건복지부부터 챙긴 것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고르게 균형 잡는 일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의지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묻건 데 국가예산이나 지자체 예산이 완벽하게 국민과 지역민을 위해 쓰여 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궁금하다.
이 시간에도 국가나 지자체의 공기관들은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올려 받고 있고 불요불급한 선심성 축제나 공사로 누수 되는 세금이 파열된 수도관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범람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나 지역민들은 드물다.

다시 홍 지사에게 묻는다. 불과 300억 정도의 적자 때문에 가장 어렵고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실낱같은 의지처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려 든다면 도 산하 공기관이나 도에서 벌인 도정 가운데 과연 성공한 도책이 몇 개나 되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막대한 적자 속에서도 풍요를 누리고 있는 도 산하 공기관들의 결산내역도 낱낱이 도민들에게 밝힌 다음 진주의료원을 폐쇄해야 형평에 맞는 도정으로 생각한다.
질병은 육체적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옛적에는 임금도 자신의 사비인 내탕금을 보내 관질을 치유코자 솔선수범했다.
경국대전에도 병들었으나 가난하여 약을 살 수 없는 사람에게는 관에서 그 비용 전액을 부담하도록 중앙과 지방관아에 영을 하달하고 있다.
얼마 전 종료된 ‘마의’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백광현은 효종 때부터 숙종 조에 이르기까지 의 명의였지만 일자무식이었다.

그런데도 의료인으로서의 남다른 애민(愛民)을 높이 산 임금은 그를 정적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의(御醫)로 중용했다.
의사는 병만 보지 사람을 보지 않는다, 라는 백광현의 사상은 가히 활인정신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금년 9월은 전설의 명의로 일컫는 화타나 편작, 그리고 히포크라테스에 버금할만한 활인의 대명사인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 선생을 기리는 ‘의약 엑스포’가 산청군에서 400년 만에 세계 처음으로 9월6일부터 10월20일까지 성대하게 열린다.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는 이처럼 아름다운 얼이 깃든 경남의 정신과 산청의 지고지순한 정신을 짓밟는 폭정이다.
홍 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선거 때 연단에 설 때의 자신을 돌아보라.
가난한 서민들의 마지막 등불이나 다름없는 진주의료원의 빗장을 닫는 게 바른 도정인지, 수천억 원을 퍼부어 도청을 이전하는 게 먼저 선행돼야 할 도정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버림받은 병든 유기견도 살리려 애쓰거늘 그들은 사림이자 우리의 형제요 이웃이 아닌가? 목민은 주판으로 셈하는 게 아니라 사랑과 인정으로 셈하는 것이다.
/수석논설위원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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