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단금(其利斷金)

  • 입력 2013.04.12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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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셋이 무덤을 도굴해 황금을 훔쳤다. 축배를 들기로 해서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가 오다가 술에 독을 탔다. 혼자 다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나 그를 죽였다. 그새 둘이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둘은 기뻐서 독이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얘기다.
연암은 다시 주역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끊는다.(二人同心 其利斷金)”원래 의미는‘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 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암은 말을 슬쩍 비틀어“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이로움이 황금을 나눠 갖는다”라는 의미라고 장난으로도 풀이했다.
그리고 연암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까닭없이 갑작스레 황금이 생기면 우레처럼 놀라고, 귀신인 듯 무서워할 일이다. 길을 가다가 풀뱀과 만나면 머리카락이 쭈뼛하여 멈춰 서지 않은 자가 없을 것이다. 돈은 귀신이요, 독사다. 보면 피해야 한다”고..
기리단금(基利斷金)이라 했다.

‘두 마음이 하나 되면 무쇠조차 끊는다’는 말인데, 원래 의미로는‘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나 조직은 이러한 굳건한 우정을 기대 할 만큼 약속된 계약 관계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 조직문화는 무언(無言)의 계약 관계이다.
그 계약한 권력자나 그 조직의 수장과 하는 것이 아닌 조직원 서로간의 계약인 것이다.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엑스포의 준비도 이제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직도 상호간의 상생(相生)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산청군은 군대로, 조직위는 조직위대로, 지역주민은 주민대로 특히나 어떤 조직을 해롭게 한다거나 또한 그러한 상황에 단순히 출신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도나 원칙의 틀을 벗어나 배려를 바라거나 동정을 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말고 같은 조직의 일원으로 각자의 처한 상황을 한 번 되돌아보고, 서로 입장을 이해하되 단순히 곁가지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쳐내지 말고 서로 보듬고 힘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바이오밤나무가 6000년을 살 수 있는 것은 통통한 몸통뿐만 아니라 땅속 깊숙한 곳에서 오랫동안 어둠을 지키는 뿌리와 태양과 바람을 빨아들이는 곁가지와 연약한 이파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는 구성원 모두가 진정 기리단금(其利斷金)의 모습의 보여야 한다. 어떠하든 행사를 치르고 복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나, 이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높은 사람들의 치적이라는 따위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이기심은 절대로 버려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불평하기 보다는 내가‘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산청문화’를 만들어 다음세대에게 아름답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값어치가 있는 금(金)은‘지금’이라 했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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