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조국광복에 헌신한 푸른 눈의 한국인

  • 입력 2006.08.28 00:00
  • 기자명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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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8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가 보다. 폭염 가운데서도 광복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61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를 치른 지도 한참이 흘렀다. 지난 광복절에는 기념식을 비롯하여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애국지사의 추모제향 행사, 나라사랑 국토순례대행진, 창원대종 타종행사 등 우리나라 독립을 위하여 신명을 다 바치신 분들의 공훈을 선양하고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전개했다.

그러나 해마다 실시하는 이 행사를 의례적인 행사로 생각하지 말고 광복절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무언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조국광복에 헌신하신 독립유공자를 발굴하여 포상하는 한편, 그분들의 공훈을 선양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있다. 그러나 자기네 조국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하여 일제의 폭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 독립을 위하여 신명을 다 바친 후 대한민국의 국립현충원에 묻힌 외국인 독립유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들은 보장된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형극의 길을 자초한 선각자로서 종교,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의 생활향상을 위하여 지대한 공헌을 한 분들이다. 이들 중 특히 우리나라 광복을 위하여 형언할 수 없는 고난을 받으신 몇 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미수호조약 이후 최초의 관립학교인 육영공원(育英公院)의 교사로 초빙된 미국인 헐버트는 일본의 일방적인 보호조약을 방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고종의 친서를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으며 일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헤이그 밀사의 활동을 막후에서 도와주는 한편 우리나라의 독립호소문을 헤이그의 영자신문에 전재(全載)하도록 한 푸른 눈의 한국인이다.

또한 노일전쟁 때 종군기자로 취재차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영국인 베델은 배설(裵說)이란 한국명으로 개명할 만큼 우리나라를 사랑한 사람으로서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일본경찰의 포악’이란 논설로 일본경찰의 한국인에 대한 난폭상을 여지없이 폭로하는 등 일제의 야만성을 철저하게 비난 공격하였다. 당시 통감부로부터 갖은 협박과 회유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는 죽더라도 신문만은 오래 살려 한국 동포를 구원해야 된다”는 유언을 남기고 우리 땅에 묻힌 배설은 위대한 한국인임에 틀림이 없다.

얼마 전 신문에 캐나다 출신으로 3·1독립운동에 가담하고 항일운동을 벌이던 마을주민 23명을 무참히 학살한 ‘제암리 학살사건’현장을 촬영하여 전 세계에 알렸으며 34번째 민족대표로 알려진 스코필드 박사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스코필드 박사의 한국사랑에 보답하고 박사의 고향인 캐나다의 토론토에 동상 및 추모공원 건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한다. 2년 전인 2004년 10월에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스코필드 박사 동상 및 추모공원 건립위원회’가 발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정부는 스코필드 박사의 추모사업비 지원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공로로 건국훈장을 받은 외국인 독립유공자는 모두 45명이나 된다. 정부는 민간외교 확대 차원에서도 이분들의 고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훈선양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외국인으로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위하여 투쟁한 분들의 궤적을 더듬어 보면서 조국을 위하여 아무 것도 기여한 일이 없는 우리는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렇게 자기 나라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하였고 우리나라 독립을 위하여 치열하게 투쟁했던 푸른 눈의 한국인들은 독립유공자의 사표(師表)로서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윤일구/마산시 월남동 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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