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는 필수 아이는 선택

  • 입력 2006.08.28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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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일 현재 우리나라 5가구 가운데 1가구는 나홀로 가구다. 2000년에 비해 42.5%나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가족 수는 2.88명으로 사상 처음 세 명 아래로 떨어졌다. 1980년 4.54명에 비해서는 1.66명이나 줄었다. 1960년대 6.0명에 비하면 혁명적이다.

우리나라 총 가구 수는 1598만 가구로 그중에서 352만가구가 2인 가구라는 것이다. 반면 4인 가구는 428만가구로 2000년보다는 3.6%나 줄었다. 최근 몇 년 사이 2인 가구가 급증한 데는 출산율 저하가 원인이지만 이혼과 독신 그리고 결혼한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고 독립해 사는 영향도 크다. 이는 산업화로 급속하게 변화된 우리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도 옛말이 되었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이 보편화 되면서 더 이상 전통적인 결혼관에 의한 아내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스스로의 능력과 전문성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인식과 미비한 사회복지시설이 문제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출산은 자아 발전에 걸림돌이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요즘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를 가지는 부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예 자식을 갖지 않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부부도 상당수다. 젊은이들은 맞벌이는 필수 아이는 선택, 10여년 전만 해도 맞벌이는 선택, 아이는 필수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가치관으로 결혼연령이 갈수록 늦춰지고 저출산 풍조가 만연하게 됐다. 이제는 양육비 몇 푼 쥐어주고 세금 몇 푼 깎아주는 것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질적인 향상을 서둘러야 한다.

저출산으로 국가 성장잠재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쉬운 예로 한때 잘나가던 산부인과에서부터 소아과는 말할 것도 없고 아동복과 출산준비물을 생산하는 업체가 저출산 직격탄을 맞아 수없이 사라졌다.

시골에서는 60대가 청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명절이 아니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한 면에5~6개 있던 초등학교는 다 없어지고 면사무소 소재지에 한 학교 정도 남아 있다. 도시도 머지않아 상당수의 학교가 학생 감소로 인한 인근학교와의 통합으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교대만 나오면 보장되었던 교사 자리도 이제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됐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머지않아 교육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저출산은 우리사회를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시켰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화는 전통적인 가족체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뭐니뭐니 해도 자식농사가 최고의 노후 설계다’, ‘내 돈이 자식 돈이고 자식 돈이 내 돈’이라는 생각은 늙어서 바가지 들기 딱 십상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 사회의 특성상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실상 자녀들로부터 간호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필연적이다.

전통적인 효의 개념 아래서는 그들에게는 자식이 최대의 노후 안정망이었다. 병 수발은 물론 부모 부양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였다. 각박한 세상 앞에 자식이 일정부분 담담했던 천륜이라는 안정망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이제는 그 안정망을 국가가 맡아야 할 때다.

저출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없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노인이 되는 30~40년 후에는 대재앙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젊은이보다 노인이 많은데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그토록 바라던 장수의 꿈은 실현되어 가고 있다. 노후 준비가 안 된 이들에게는 이것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이 있을 때 미리 준비하고 퇴직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분명히 세워둬야 한다. 그래야 많이 건강하게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늙은이가 무얼 할 수 있나 스스로 사회 활동을 포기하고 경로당이나 공원의 벤치를 찾고 있지 않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그것은 신체의 노화를 가속화 시키고 스스로의 비참함만 만들 뿐이다. 저출산·고령화, 이제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장병길/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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