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유등은 진주 남강에 흘러야 가장 아름답다

  • 입력 2013.08.26 00:00
  • 기자명 김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참담했던 민족잔혹사를 손꼽으라면 임진·정유재란이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쳐 왜국 일본이 조선을 침범해 살상한 인명의 숫자는 영남지역에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참혹한 참상을 거론해 뭣하랴. 어디 그것뿐인가. 진주성 전투에서 왜구들이 저지른 만행은 일부 기생들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철저하게 확인사살을 할 정도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왜구들이 우리 바로 지척 아래쪽에서 반성은커녕 근래는 그 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주 남강의 강물 한 방울과 진주의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호국의 얼이 깃든 것이기에 나라 위해 산화한 저 호국장졸들과, 의병들과, 백성들을 생각하면 이 염천의 더위에도 가슴이 시려온다.

진주의 유등축제는 왜적의 1차 침입 때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3천 휘하 군졸이 왜구 수만 명을 물리치고 진주성을 지켜낸 장쾌한 대첩으로 양대 전란 중 이순장군의 해상대첩과 버금가는 육전대첩으로 역사에 뚜렷한 족적이 남아 있다. 당시 왜구에게 포위돼 고립무원의 고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하늘에 풍등(風登)을 띄우고 강에는 유등(流燈)을 띄워 통신수단으로 삼은 것이 유등축제의 시발이었고 2차 침입인 계유년에 진주성을 지키다 순국한 7만여 명의 호국 장졸들과 함께 죽어간 의병 및 백성들의 고혼을 위로하기 위한 장엄하고 경건한 호국행사로 자리매김한지가 오랜 세월이 지난 국민축제이자 국민제례였다.
그런 유등축제를 서울시에서 짝퉁으로 모방해 실시하려는 시민눈요깃감의 단순 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숭고한 진주 유등축제라는 것을 지각이 있는 국민들이라면 알 수 있는 것이며 서울시의 이런 무치한 선심축제를 말리고 나무래야 할 의무도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남에서 개최되는 가을 축제에 동의보감의 저자이자 활인의 대명사인 구암 허준 선생을 기리는 산청의 한방 축제와 진주대첩을 기리는 진주의 유등축제는 그 바탕에 호국(護國)과 목민(牧民)이 깃들어 있기에 지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옷깃을 새삼 여미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행사다.
허준 선생 역시 천한 백성들마저도 긍휼하게 여기는 활인정신으로 평생을 병자들 곁에서 살다간 성의(聖醫)였고 후일 중인의 몸으로 양반인 어의가 됐고 사후에는 정일품 보국숭록대부에 오르는 불세출의 인물이셨다.
이처럼 경남의 축제는 서울의 축제와는 그 성격이 다르고 의미도 너무 다르다. 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민들과 소외계층을 위해 열심히 시정을 펴고 있는 분으로 평소에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진주의 유등 축제를 모방해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은 만류하고 싶다. 필자가 듣건 데 초상집에서는 웃고 싶어도 함께 울고 잔칫집에서는 울고 싶어도 함께 웃어주는 것이 전통의 미풍양속이자 윤리도덕의 규범이라는 점이다. 그처럼 산청의 한방 축제나 합천의 대장경 축제, 진주의 유등 축제는 고난의 시절을 되새기고 다시는 그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호국정신을 계승하는 성스러운 작업이며 옛 적 민족의 고난과 시련을 망각한 국민들의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구태여 축제라고 이름 붙인 것일 뿐 실제로는 숭고한 업적을 기리는 다례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즉시 한강 유등축제를 중단하라. 예로부터 서울은 권력지배계층을 위한 축제는 있었을망정 무지렁이나 다름없는 의병이나 천한 백성들을 위한 축제는 없었다. 그러나 진주와 산청, 합천에서 행해지는 축제는 청계천 축제와는 그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모방은 겉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속을 흉내 낼 수는 없다. 진품과 짝퉁의 의미는 그처럼 다른 것이다. 박 시장이 대한민국 행정수도의 시장이라면 오히려 경남의 이 세 축제에 성원하고 지원해주어야 국민정서에 맞는 시장이라고 존경받게 될 것이다. 부디 성공적으로 경남의 축제가 이루어져 민족혼을 일깨우고 꺼져가는 목민과 호국정신에 다시 불을 붙여주길 바라는 애틋한 심정이다.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