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도시를 팔아야 한다

  • 입력 2006.08.30 00:00
  • 기자명 강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년 전에 도시마케팅(Place Marketing)이라는 책을 번역한 지도교수님한테 항의성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가 이완용의 후예도 아니고 팔 게 따로 있지 우리 고장을 판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요”라고 볼멘 목소리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조금 흘렀다. 모든 도시들은 당연하게 도시마케팅에 혈안이 되었다. 그것만이 지속적인 성장의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마산의 도시발전은 1979년 전국체전을 기점으로 획을 그었다. 육호광장이 생겨나고 주위에 6차선 대로가 생겨난 것도 그 시기였다. 그래서 마산 사람들은 어렴풋하게나마 대규모 이벤트가 바로 지역발전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쉽게도 마산은 여기서 주저앉고 있다. 더 이상은 이슈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산업공동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에 도착하면 독특한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2012년 하계 올림픽을 일본에서, 그것도 동경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인구 순위로 보면 8번째 도시인 후쿠오카에서 개최하자는 격려의 포스터였다. 고도 성장기를 거쳐 늘 침체 분위기만 보여온 지방의 도시가 활력을 위한 대단한 메시지를 내어 놓은 셈이다. 물론 후쿠오카 시민들의 분위기는 극도로 차분하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제를 제시하고 밀어붙이기식의 추진활동이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심리적인 요소이다. 무엇인가 발전을 위한 변화를 감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중활력을 제공하고 그들에게 ‘하면 된다’는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점차 심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이러한 행사가 성공리에 유치될 수 있다면 덕분에 현해탄 너머로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여수는 마산보다도 작은 도시다. 인구 30만명의 도시. 서울로부터 참으로 멀리 떨어진 남쪽의 끝자락 외진 곳에 비켜 선 도시 여수가 버리지 않는 꿈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이다. 2010년의 세계박람회를 상하이에 밀려 할 수 없이 포기했지만 2012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지다.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지는 곧 도시의 발전과 연관되고 있다. 향후 해양레저 시대의 단계에 이르면 어느 지역보다 이러한 박람회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거점 도시로서의 성장이 용이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장환/마산대학 교수

평창은 그야말로 작은 읍단위 소재의 인구 5만명이 못 되는 군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도 2014년을 겨낭한 그들의 꿈을 버리지는 않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포부가 아직도 서려 있다. 군의 장기 추진과제의 하나로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부산은 그런 대로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APEC 정상회담장의 제공 그리고 국제영화제 등을 통하여 도시이미지의 그레이드업과 상당한 발전의 덕을 보았다. 향후 부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상하이는 이미 국제도시로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데다가 해외 기업들의 아시아 본사나 지사의 설치를 통하여 국제 금용허브로서의 축이 홍콩에서 급속하게 옮겨 오고 있다.
2010년 세계박람회에 아시아 지역의 시선을 집중시키다 보면 그들의 경제기반시설 발전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조선, 항만 등의 배후시설 능력이 이미 부산을 축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동남 경제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가 우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 스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그것이 관광자원이든 이벤트 자원이든 산업자원이든 상관이 없다. 글로벌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유치활동에 비전과 사명을 내세워야 한다.

요즘은 한동안 들리던 해외자본을 유치했다는 소식도 뜸하다. 조용한 시절이란 바로 지역경제가 침하하고 있다는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 때마침 31일은 어시장축제의 시작일이다. 자발적으로 상인들이 시작한 이 축제가 7년째를 맞고 있다. 진정으로 해양·수산분야의 글로벌 축제로 발전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본다. 그것이 지역을 파는 일이고, 지역을 살리는 일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