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2013년 대장경 축제에 부쳐

  • 입력 2013.10.10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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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등재된 ‘팔만대장경 축제’가 합천 해인사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9월27일부터 11월30일까지 개최되는 ‘2013년 대경경 세계문화축전’은 불교종단이 보존하는 국가문화재에 대한 컬렉션이 아니라 작금의 이합집산으로 실종된 애국심은 물론 풍비박산 난 민심과 넘쳐난 상식아래 묻혀 신음하는 진정한 삶의 진리를 들춰내 국가와 사회, 국민들을 하나로 다시 결집시키는 평화와 상생, 그리고 평등과 나눔을 권하는 메시지로 본다.

고려대장경은 외침의 종식을 갈망했던 민족의 비원이 창출해 낸 부처님 사후 2대 결집이나 다름없었다. 간행된 그 시대의 세계사는 몽골이 서화와 남송은 물론 거란까지 궤멸시키고 당시 북방의 맹주였던 금나라는 물론 바그다드가 있는 아라비아 반도까지 세력을 확장해 전 아시아가 전란으로 초토화 되고 있었고 그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 국가는 지구상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국력이나 영토의 면적으로 몽골의 한 입 먹잇감에 불과했던 작은 나라 고려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팔만대장경 간행으로 인한 대국민결집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근래 들어 탈이념주의를 배격하고 남북 간의 아픔과 국경을 초월해 새터민들과 지구촌에 산재한 소외계층을 돕는 조직 가운데 정토회(淨土會)라는 불교교단을 이끌고 나가는 ‘법륜(法輪)스님’이란 분이 계신다. 이분에 대한 호칭도 큰스님이 아니라 그저 정토회의 지도법사일뿐이며 스님이 주장하는 말씀과 실천덕목도 절대 불교론이 아니라 ‘나눔이 있는 공동체의 삶’과 ‘희망세상 만들기’이다. 스님의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과 꺾이고 부러진 삶에 대한 난해한 치유법을 즉문 즉답으로 즉석에서 들려주는 전광석화 같은 힐링법문은 화룡점정(畵龍點睛) 그 자체다.

구태의연한 기복 불교에 식상한 불자들의 염원은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 수백 개의 법당이 들어서게 했고 실천불교를 배우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신도들로 정토법당은 어디든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정토회의 헌금과 보시는 수입과 지출, 쓰임새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법당관리자는 무보시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한다면 인터넷에서 정토회나 법륜스님을 클릭하면 해외와 전국은 물론 가까운 지척에서도 스님의 사자후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과 사상과 종교, 권력과 부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목마른 사람과 배고프고 헐벗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원수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교단자정센터’의 이사장인 김종규 변호사가 거듭 필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문중 싸움과 정치 불교에 찌들대로 찌든 불교계의 장자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 선거에 현 원장 자승 스님이 재출마하지 못하도록 뜻있는 사부대중들의 결사행동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나에게도 상경해 동참해 달라는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 투병 중이고 먼 길이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취지에는 재가자로서 공감하는 부문이 많았다.

장성 백양사 도박파문과 밀양 표충사 사찰소유지불법매각 ,범어사 문화재기금 유용, 각종 성추문, 또한 중진승려라는 수행자들끼리의 고발전은 추악하다 못해 인분에 탐닉하는 쉬파리처럼 보인다. 영국의 유력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까지 나서서 한국불교를 협잡·부패·파벌·성추문으로 얼룩진 집단으로 보도할 정도니 이건 종교문제가 아니라 국기에 관한문제로 사법당국이 모든 종교계의 검은 비리에 전가의 보도를 빼들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지 이번 ‘2013년 합천 대장경 축제’에 바라는 국민들과 불자들의 염원도 남다르다. 대장경축제’가 단순 축제로 그칠 게 아니라 부처님이 남기신 진리가 풍요로운 단비처럼 국민과 지구촌 모든 중생들에게 듬뿍 스며들어 대립과 분단의 벽을 허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화합축제로 성황리에 회향되길 엎드려 오체투지 드린다. 지금 조국은 과거사 말살인 동북공정과 독도분쟁, 중국과 일본의 군비증강 및 북한의 핵무장으로 누란의 위기에 놓여있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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