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하청업체의 고통

  • 입력 2006.04.20 00:00
  • 기자명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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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이른바 ‘상호공생’의 전형이다. 이처럼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로서의 정립이 필요한데, 많은 하청 중소기업의 현실은 상생의 길과 거리가 있다.

뜨거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분위기속에서도 이른바 협력업체들의 고통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경영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중소 하청업체에게 납품단가 인하, 손실 떠넘기기를 통한 ‘고통전담’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하청업체 통제를 위해, 갑자기 거래 끊기와 기업홍보 막기 등을 암암리에 하고 있는 실정이다.

힘이 센 원청업체의 경우 매년 2~3%를 무조건 깎는데 팩스 한 장 덜렁 보내는 것으로 협상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된 첫 해 공급단가를 이듬해부터 매년 일정비율 무조건 깎아내린다. 납품단가가 인하된 만큼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지만, 이미 자동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2차, 3차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단가인하의 연쇄 작용은 결국 영세 하청업체 모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청 업체에게 연쇄적으로 쥐어짜고,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그것으로 안되는 부분은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연초 납품단가 인하는 외환위기 이후 연례행사가 됐다.

원청과 하청업체의 관계가 ‘갑’과 ‘을’이라는 현실적인 관계에서 협력업체의 경우에도 단순 하청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제품의 제안과 외국 부품과의 경쟁에서 상품성을 갖춘 협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도 단순히 자금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특정한 지원을 할 경우 보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시장지향적 상생협력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야말로 고용과 모든 산업 활력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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