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83kg 뚱보소년, 여자를 꿈꾸다

  • 입력 2006.09.01 00:00
  • 기자명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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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마돈나의 힘이 천하장사란 말일까. 천하장사가 마돈나란 말인가. ‘당최’ 무슨 뜻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영화제목이다.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벼운 코미디영화일 것이라 예상하며.

하지만 그 속은 다르다. 마돈나는 여자다. 여자가 되기 위해 천하장사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만 하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결론은 ‘트렌스젠더’를 말하는 것이다. 속은 여성이나 겉은 남성인 그래서 의학의 힘과 화장의 힘을 빌어야만 여성이 될 수 있는 그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곱지 않은 시선 한 켠에 자리잡은 불쌍한 마음, 이 둘 다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과감히 버려라. 그도 단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만 보일 것이다.

평범하디 평범해보이는 83킬로그램의 그냥 뚱보소년 오동구(류덕환). 고등학교 1학년인 동구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다. 엄마 화장품을 쫙 펼쳐놓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흥얼거리던 녀석이다.

녀석의 꿈은 완벽한 여자가 되는 것. 빨리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쿠사나기 츠요시)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

성전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차근차근 돈을 모아온 동구는 500만원만 더 모으면 마돈나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이때 날아든 희소식.

인천시배 고등부 씨름대회의 우승자 장학금이 500만원, 이 돈만 있으면 그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동구는 우승할 수 있을까.

성 정체성의 혼란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동구가 그려내는 과정은 쉽다. 즉, 어렵고 힘든 삶을 보여주기보다 그의 목표를 위해 한걸음씩 준비해가는 길을 보여줄 뿐이다.

‘하리수’라는 연예인의 등장으로 세상에 조금은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낯선 트렌스젠더를 또다른 방법으로 신파가 아닌 잔잔한 웃음으로 나타낸 ‘천하장사 마돈나’. 거구의 몸으로 마돈나의 섹시한 춤사위를 능숙히 소화해내는 동구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존경스럽다.

최은영기자 cey@jo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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