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맛 순례] 3. 마산의 술맛 장맛

  • 입력 2006.04.20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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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사람들 만큼 자기 고장 술을 애호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실제 웬만한 통술집이나 맥주집 같은 곳에 가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곳 사람들은 10중 7,8할이 하이트 맥주만 마신다. 이런 현상도 딱히 맛이 없다면 선호할 리가 없을 것이다.

마산 사람들이 이 지역산 술을 더 애호하는 것도 사실 ‘지극한 향토애’라기 보다 물맛, 술맛을 알아내는 혀의 뛰어난 감식력이 아닐까 싶다.

실제 크라운 맥주가 OB맥주 판매량에 한참 뒤지던 때에도 여기 사람들은 이곳 크라운 맥주 공장에서 생산된 맥주만 주로 골라 마셨으니 자기 고장 물맛을 귀신같이 알아낸다는 뜻이 된다.
일제 때 이미 시내 수성동에 최초의 맥주 공장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생산 · 판매까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초 구암동에 처음 현대적 개념의 한독 맥주가 설립되었다가 1978년 조선 맥주가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물좋은 마산’은 탁주 생산에도 월등했다. 막걸리를 이 지방 사람들은 별스레 ‘탁주(濁酒)’라고 불렀는데, 이는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던 청주와 대비시켜 막걸리의 한자말을 즐겼다고 볼 수 있다.

일제 때 이미 6개의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고 해방 이후 1967년까지는 시내만 해도 18개의 양조장이 난립했으니, 이 지역 사람들이 어지간히도 탁주를 즐겼던 것 같다. 심한 경쟁으로 1968년, 국세청 조치에 따라 마산의 전 업체가 통합돼 석전동에 공동제조로 공장을 설립, 현대적인 시설과 판매를 일원화했으니 지금의 ‘마산공동탁주’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져서인지 막걸리 수요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어 막걸리 애호가들의 전국적 분발이 아쉬운 때다.

이젠 창원시로 이전한 몽고간장도 곧잘 ‘물좋은 마산의 몽고간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곤 했었는데 바로 몽고간장의 명성도 ‘마산의 좋은 물’을 확보해 왔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간장도 청주와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이곳의 오랜 산업이다.

간장, 된장 같은 장류도 그 맛이 뛰어나 경상도 일원은 물론 멀리 원산이나 청진까지 팔려 나갔다고 한다. 당시 4대 양조장인 ‘복정’, ‘적문’, ‘산전’, ‘평정’에 이어 1942년 환금장유까지 생겨 마산에서 연 3만 석 이상을 생산해내니 마산은 술의 도시뿐만 아니라 장의 도시로도 유명한 물의 도시였다.

해방 이후 이들 장유공장도 역시 양조기술의 미숙으로 가동이 순탄치 못해 대부분 도산했다. 다만 ‘산전’의 기술을 이어받은 몽고장유만이 홀로 그 맥을 이어와 마산의 장맛을 과시하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매일 맛을 대하니 그 맛을 예사로 생각하고 있지만 외지인들이 몽고간장 맛을 한번 보고 난 다음이면, 마산을 다녀오는 사람에게 ‘몽고간장 하나 사오라’는 주문을 자주 하곤했다. 몽고간장 역시 경남의 대표선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증좌가 된다.
한석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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