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이순신 장군도 범죄자일까?

  • 입력 2013.11.25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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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드디어 그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는 아주 맛보기로 현재는 군사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실이지만 미국과 집단적자위권조약을 체결한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륙침략의 야심찬 야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독도는 일본 땅은 1탄, 한국을 비롯한 지구상의 분쟁에 자위대를 파견한다는 게 2탄, 대륙침략의 원흉이자 을사늑약의 원흉을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내 몬 것이 3탄 시리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도둑놈이 매를 든다는 우리 속담인데, 어쩌면 이번 3탄 시리즈가 그 속담과 잘 맞아 떨어진다. 세계에서 전화위복에 가장 능숙한 일본의 이중적인 외교 전략은 1891년 3월11일로 돌아가면 그 실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봄이라기엔 약간 한기가 느껴질 법한 기온에도 일본 ‘시가 현’의 거리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관에서 강제동원한 인파로 가득했다. 세계지도의 6분의 1을 차지한 러시아의 황태자가 일본을 방문한 것이다. 황태자가 시가 현 내의 오쓰라는 곳을 지날 무렵, 최측근 경호를 맡았던 ‘쓰다 산조’라는 말단 경찰이 일본도를 빼들고 달려 나와 니콜라이 황태자를 사정없이 내리쳤으나 칼날은 모자테두리와 후두부를 스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쓰다는 대역죄로 즉시 체포되고 황궁에서는 전 각료가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수습을 즉시 실행에 옮겼다.

일단은 현 직원 일동과 관내 초등학교 이상의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황태자에게 위로편지와 위문품을 보내도록 황명으로 칙명을 내리고 전국의 사찰에 황태자의 완쾌를 비는 기도를 드리게 했으며 외국어 실력이 출중한 게이오 대학생들에겐 프랑스어로 위문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당시 러시아의 공문서는 러시아어가 아니라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내우외환에 처했을 때 지리멸렬했던 우리네와는 달리 일본인의 단결력은 단연 압권이었다. 국민전체가 조연이 아닌 주역으로 나선 것이다. 사건 발생 이틀 후에 쓰다 성을 가진 일본인들은 자청해서 성을 바꿨고 산조라는 이름도 갓 태어난 신생아들에게는 쓰지 말도록 했다. 또한 시가 현의 유코라는 아낙네는 황태자에게 사죄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고 천황 내외는 ‘통석(痛惜)의 염(念)’이란 사죄성명을 발표한 다음 황태자가 입원한 교토의 병원을 직접 찾아가 심심한 위로를 표했다.

이 같은 일본의 태도에 전쟁불사를 천명했던 러시아 알렉산더 3세 황제와 피해 당사자인 니콜라이 황태자가 오히려 감동을 받고는 일본각료들로 구성된 에노모또(전 러시아 공사)를 포함한 진사(陳謝)사절단의 러시아 방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황태자는 러시아로 귀국한 5년 뒤 1896년 5월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 처형되고 말았고 일본제국의 최대역적인 쓰다 산조는 순식간에 일본제국 최고의 민족주의자와 애국자로 순식간에 둔갑했다.

일본 대법원(고지마 원장)은 변화된 국민감정을 신속하게 받아들여 사형이 아닌 무기로 감형했고 쓰다 산조는 ‘일본의 안중근 의사’로 환골탈태했다.

이등박문을 암살한 안중근 의사 역시 자연인 이등박문을 사살한 게 아니라 조국인 조선을 무력으로 강제 합병해 국호를 말살시킨 적국의 수장을 암살했으니 범죄자가 아니라 애국자가 분명하며, 쓰다 산조 역시 약소국으로 러시아에 눈치를 보던 일본정부에 대한 반감과 민족정신으로 러시아 황태자를 사살하려 했으니 두 사건 공히 정당방위이지 단순범죄로 볼 수 없는 사건이나 일본법원은 안중근 의사는 사형에 처했고 쓰다 산조에게는 비록 살인미수라고는 하나 무기형을 언도한 것은 당시 사법권의 독립과 근례 법치국가의 실현을 대외에 과시한 판례라는 평가를 뒤집는 편향적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범죄자라면 윤봉길 의사나 이봉창 의사도 범죄자이며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독립지사들도 범죄자이고 임진·정유재란의 의병들과 공신인 이순신 장군과 곽재우·김시민 장군도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해방 70년 직전인데도 아직도 우리 시대에 기생하는 친일파와 친일향수들이야말로 가장 경계하고 단죄해야 할 표적들인데도 오히려 사회저변에서 그들의 후손들이 국가의 기득권자들이 돼 설치는 것은 더욱 더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매국의 숙주들이란 것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하기야 종북과 진보도 구분 못하는 다수국민들에게 과거 위정자 중 진짜 빨갱이가 누군지 설명하기도 힘든 시절이니.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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