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집권세력은 완벽 한가?

  • 입력 2013.12.02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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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完璧)이란 흠이 없는 무결점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완벽이라고 말할 사물이나 생명체는 없다. 가장 쉬운 얘기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 가운데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를 돌로 쳐 보아라!”라는 요한복음 8:7절의 대목이 생각난다.
그러므로 자신들에게도 흠결이 많다면 남을 꾸짖을 때 심사숙고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법이다.

또한 남의 잘못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상대가 그 말을 알아들을만한지 가늠해야 한다. 알아듣지 못한다면 원한과 분쟁만 일으킨다. 타인에게 착한 일을 일러주거나 가르칠 때 너무 높은 것으로 기준을 삼지 말라. 깨닫지 못한다면 가르치는 사람이 오히려 어리석을 자가 되고 만다. 사람이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이처럼 지극히 작은 존재가 지극히 큰 범위의 것을 다 알려고 하거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설득하거나 위협하면 오히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장자(莊子)편에 나와 있는 뼈 있는 충고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장자의 충고와 너무도 흡사해 이런 경우를 일러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한다.

인도에 성인으로 존경받는 분 가운데 ‘주리반특가’라는 분이 있었다. 얼마나 우둔했는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스승이 일러준 …항상 입을 조심하고 부정한 짓을 삼간다면 능히 세상을 제도할 도를 얻을 수 있다”라는 14자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원문은 ‘수구섭의신막범 여시행자능득도(守口攝意身莫犯 如是行者能得道)’이다.

스승은 뛰어난 제자를 불러 그를 가르치도록 했지만 자신이 없다며 완강하게 고사했다. 그러자 제자들을 모두 모은 뒤 “자신이 어리석은 것을 아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가 아니며 어리석은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어리석고 무지한 자이다!”라고 훈계한 뒤 직접 지도에 나섰다. 스승은 그에게 빗자루 하나를 쥐어 주면서 마당을 쓸고 청소할 때마다 청소(淸掃)라는 두 글자를 외우라고 지시했으나 그 두 글자마저도 자주 잊고 스승에게 달려가 묻기를 반복했다. 1년·2년·3년, 이렇게 세월이 흐르자 그는 스승이 자신에 준 과제가 마당의 청소가 아니라 마음의 청소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후일 당당하게 스승이 인정한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하루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파사익 왕’에게 심부름을 갈 일이 생기자 스승이 ‘주리반특가’를 불러 다녀오도록 했다. 그 나라 최고의 바보로 회자됐던 사람인지라 왕도 호기심을 갖고 그에게 많은 질문을 했으나 답변은 이치와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고 위의는 엄정하고 단정했다. 왕이 후일 그 스승을 만나 ‘주리반특가’를 극찬하며 스승으로 받들고 싶다고 부탁할 정도였다.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가 들어선지 9개월이 지났지만 정국은 오히려 안개 속처럼 앞을 보기 어렵다. 국민이 보기에는 최고지도자와 그 측근들이 바보처럼 보인다는 소곤거림이 들린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여 힘을 지닌 강한 자가 매듭을 풀어야 함에도 강자들이 오히려 불특정악재들을 양산해 민생침해범으로 자청해 나선 것 같다. 정정분열의 책임을 상대인 야당이나 특정언론과 국민들에게 돌리고 이제는 도를 넘어서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막장드라마라도 한참 저질 수준이다. 제 몫을 못하는 행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한 건전한 쓴 소리들까지 싹쓸이 종북(從北)으로 몰아 으름장을 놓는 정권이라면 이미 민주주의를 일탈한 수구독재정권이나 다를 바 없다. 일반 국민보다 똑똑해서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저 바보 ‘주리반특가’ 보다 지혜가 없다면 한참 비정상이다.

조지오웰의 1984년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소름끼치는 대한민국의 1970년대 후반을 다시 상기하게 만든다. 대통령이나 집권세력과 여당이 완벽(完璧)하지 못해 돌멩이를 들 자격이 없다면 반대세력이나 국민들을 설득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길 바란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세력과 극좌보수 세력들이 바보로 보여서 말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주의공화국이다. 권력의 횡포가, 건전한 비판의 언로를 막고 국민의 입을 봉하는 데만 전력투구한다면 수능의 논술보다 더 쉬운 정답이 나온다. ‘그런 정권은 물러나거나 바꿔야한다’라고, 그리고 ‘꼭 망한다’라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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