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대통령의 여의정치가 실천되기를

승인2013.12.18l수정201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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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정치의 안정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니 대자보와 실제행동으로 학생들까지 나서는 하수상한 시절이 되고 말았다. 장기간의 철도파업 하나만 놓고 봐도 이 문제에 대한 지혜롭지 못한 강성 대처와 현 정권 들어 동가식서가숙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호응도는 너무도 낮다. 코레일 문제 하나만 놓고 짚어보자.

겉으로는 철도파업이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수출입수송을 지연시켜 국가경제를 좀먹는 철도노조의 사보타주라고 국민과 경제를 볼모로 한 여론정치를 하고 있지만 그게 국민을 위하는 건지 기만술책인지는 시간을 좀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국민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국가의 동맥인 ‘코레일(Korail : 한국철도공사)’의 민영화에 반대해 파업에 동참한 8000명에 가까운 철도노조원 전체를 전원 직위해제하는 현 정부의 진면목은 지킬박사일까? 하이드일까?

코레일은 자회사 하나를 신설하는 자체 운영상의 문제며 민영화는 아니라고 역설하지만 같은 코레일 안에 또 하나의 코레일이란 옥상옥의 회사 하나를 더 설립하는 요상한 짓거리(?)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나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비쳐져 근로자들의 의혹과 불신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하나로 힘을 모아도 코레일이 지고 있는 현재의 적자 메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동종의 자회사를 신설하는 것은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자리 하나를 만드는 것 뿐 오히려 코레일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게 빤하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한 번 불발되자 국가의 동맥이자 기간산업이며 국민의 발이나 다름없는 전체파업철도노조원의 목을 댕강! 가차 없이 자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도부수로 나섰다. 민주주의 원칙인 대화와 타협은 도대체 어디로 증발했나? 대다수 국민들은 조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철도지연의 불편을 감수하고 경제가 어렵더라도 감내하며 대의명분에 무게가 실린 쪽을 지지하게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의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시절, 황제가 가장 아끼는 측근인 임연(任延)이란 관리가 임지인 무위태수로 떠나기 직전 이임인사를 올리자 “그대는 성격이 강직해 상관인 자사(刺史:현재의 도백)와 대립하기 쉬우니 언행을 조심해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라!”라는 충고를 했다. 이에 임연이 정색하며 “신이 듣건 데 충신(忠臣)과 충성(忠誠)은 다르옵니다. 충신은 목숨을 걸고 군왕과 상관의 잘못된 점을 직언하는 자이며 충성은 맹목적으로 임금과 상사의 말을 따르다가도 시세가 불리해지면 왕과 상관을 배신하길 밥 먹듯 하는 자들이오니 이 둘 중 어느 쪽을 신이 따르오리까?”라고 반문하자 광무제는 “옳다, 옳다! 그대는 충성하지 말고 짐의 충신이 되라!”며 치하하고는 임지로 보냈다. 청와대나 정부에 그 같은 충신이 있기나 한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 어언 8개월 째. 정치권은 눈만 뜨면 서로 말꼬리를 붙잡고 싸움질만 해대니 이게 무슨 정치란 말인가? 2%가 부족해 보이는 대통령의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원성은 갈수록 높다. 인의장막으로 대통령을 둘러 싼 측근들의 무지가 왕성한 의욕으로 국정운영을 해보려는 집권 8개월 차인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게 만드는 패착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사장이 과잉충성으로 과거 한 정권을 몰락시킨 인사와 겹쳐 보인다는 일부 세간의 비난에 설득력이 전혀 없어 보이질 않는다.

세종대왕은 여의정치(與議政治 : 여론취합정치)와 다중의 토론을 중시하는 중지정치(衆智政治)를 통해 혈육과 정적을 무참하게 살육하고 왕권을 거머쥔 부친 태종의 과오를 불식시키고 민심을 회복시켜 성군으로 역사에 남았다. 박 대통령도 여의정치와 중지정치를 하겠다고 후보 시절 약속했었다.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고 어떤 경우라도 최대안보자원인 쌀과 물과 철도는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심장에 국민사랑이란 뜨거운 피가 솟구치고 있다면 직위해제란 형벌 때문에 이 춥고 긴 엄동을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8000명이 넘는 코레일 가족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길 바란다. 그들은 종북주의자가 아니라 생존권을 지키려는 순박한 근로자들이며 국가가 보호해주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본지 주필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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