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념구악(不念舊惡)

  • 입력 2014.01.03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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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산청군은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를 보냈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로 산청의 브랜드는 글로벌화 되었지만, 그러나 연내 확정 짓겠다던 지리산 케이블카는 답보 상태로 한해를 넘겼고, 산청군 관내 거점학교 통합 문제는 지역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만 남긴 체 무산 되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로 어떤 이들에게는 보람이요 또 어떤 이들에게는 탄식과 안타까움으로 한해를 보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새롭다’는 것을 여러 의미로 여기고 사용한다. ‘바꿈’으로도 쓰이고 ‘발전’으로도 쓰이며 ‘과거로의 청산’으로도 쓰이기도 한다. 참으로 우리말은 같은 단어이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과거의 영광은 내가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 힘들 때마다 한 번씩 기억에서 끄집어내서 생각해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 그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 일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기자는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봤다.

첫째, 완전히 잊고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둘째, 잊은 듯하지만 불쑥 과거의 기억(트라우마)이 되살아나서 주위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로 갑작스레 발작 할 수도 있다. 셋째,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그 고통에 갇혀 일상생활마저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당위적으로 보면 과거를 잊고 늘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사람이 과거의 기억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훌훌 털고서 그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특히 그 일이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였다면 또는 그 일로 인해 인생행로가 갑자기 180도 바뀌게 되었다면, 우리는 그 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

불념구악(不念舊惡)이란 말이 있다. ‘지난 일을 오늘로 끌고 오지 말라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고죽국(孤竹國) 왕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왕위 계승으로 인한 형제간의 애환을 얘기하며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산청군도 올해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그 변화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일들을 부여잡고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다면 크게는 자치단체간의 경쟁에서도 뒤 떨어질 것이고, 작게는 상호간의 경쟁에서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맡은 바 임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맡겨진 일에만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것이다.

조직과 융화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몇몇 그런 공복들도 보이는 것이 안타까우나 새해에는 ‘불념구악’ 하지 말고 새롭게 다시 한 번 더 도약하자는 것이다.

갑오년 새해에는 관(官)과 민(民)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소통의 한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자. 올 한해도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픔과 슬픔과 고통도 있겠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으로 감싼다면 건강한 갑오년이 되리라 확신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힘에 부치는 일을 무리하게 한다면 거기에서 문제는 생기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잘 하는 것부터, 나누는 마음으로 하면 분명 올 한해 산청군은 모두가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나 때문에 상대가 행복 해 진다면, 상대 때문에 나도 행복해’지는 ‘진리’는 분명 통하는 것이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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