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여인의 남자”

승인2006.04.13l수정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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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남자들이 손마다 제 주먹만한 돌을 들고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몰려옵니다. 입가에 야릇한 조소를 머금고 가슴에는 야비한 계획을 품었습니다.
그 사이로 두려움에 얼굴이 질리고 눈동자가 풀린 한 여인이 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끌려옵니다. 입은 옷조차 찢기어 너덜거리고 머리채는 풀어헤쳐져 보기에 민망한 모습입니다.
여인을 끌고 오던 한 무리의 사내들이 덥수룩한 수염에 정갈하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남자 앞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하며 자리를 내어 줍니다.
사내들 중 입성이 반듯한 자가 대표인 듯 나서서 말을 합니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그렇습니다.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간음하다 붙들린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참 뜸을 들이신 다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나이가 많은 자부터 하나씩 떠나가 버립니다.
이 이야기를 들여보다가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간음-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성적(性的)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있습니다. 과연 간음하다 붙들린 여인과 함께 성적 관계를 맺던 남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왜 여인만이 사람들에게 비참하게 끌려 다니며 수모를 당하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간음하던 현장에 사람들이 들이닥쳤을 때 함께 있던 남자는 용케 도망을 갔던지, 아니면 슬쩍 도망치도록 방치하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는 도망가도록 방치하는 것이 암묵적 약속이었습니다. 수많은 간음 사건과 돌로 쳐죽이는 일이 있었지만 한번도 남녀가 함께 죽은 적이 없어 보입니다. 선민, 선택된 민족이라는 것도 성인 남자에 한하며, 병들고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사람 축에도 끼워 주지 않던 민족이니 그 천박함이야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00년 전 먼 나라에서 일어난 ‘간음 사건의 여인과 남자’를 생각하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2000년의 세월과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용을 쓰며 사는 웃기지도 않는 한 무리의 사내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최연희와 그의 성추행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입니다. 지난 6일 “최연희 사퇴촉구결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했습니다. 당연히 가결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투표 결과는 너무나 놀랍습니다. 찬성 149, 반대 84, 기권 10, 무효 17… 참 어처구니없는 결과입니다. 찬성표가 당초 결의안을 공동발의 했던 의원 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또 투표에 참여한 의원 중 30%나 최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촉구에 반대했고, 기권 표나 무효 표를 던져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한 사람이 10%나 됩니다.
이 일을 통해 우리는, 이천 년 전 결탁과 권위만 내세우던 그 암울한 시대에 속한 사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족속은 슬쩍 감싸주고, 자기보다 약하고 털어먹을 것 없는 이들은 철저히 짓밟으며 시시덕거리는 이천 년 전의 ‘야비한 남성 카르텔’의 족속들과 함께 살고있습니다. 이러한 동료들의 끈끈한 애정에 화답하듯 최 의원 측은 ‘이미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바’라고 담담히 말하며, 다시 한번 의원직을 내어놓을 의사가 없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중요한 것은, 최 의원이 성추행 직후 했다는 “식당 주인인줄 알았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천박한 정신세계를 잘 보여 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못한 이라면 얼마든지 능욕할 수 있다는 우월 사상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신은 보고계십니다.    /백남해 신부 / 마산시 장애인 복지관장권경률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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