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리무중(五里霧中)

  • 입력 2014.03.04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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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퍼진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일의 갈피를 잡을 수 없거나 사람의 행적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인 힘이 아닌 신비한 방술로 믿기 힘든 이적을 일으키는 도술(道術)에 관한 관심과 이야기는 예로부터 많다. 후한 때 장해(張楷)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장해는 성품이 도술을 좋아해서(性好道術) 5리에 안개를 만들 수 있었다(能作五里霧). 임금이 여러 번 능력을 인정해서 등용하려했지만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제자들만 데리고 학문을 강학할 뿐이었다. 인심은 그럴수록 더욱 찾게 되는지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세상을 피해 화음산(華陰山) 기슭으로 낙향하였다.

그를 찾은 인물 중에 관서(關西) 출신의 배우(裴優)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도 3리에 안개를 만들 정도의 도술은 부릴 줄 알았다(亦能爲三里霧). 배우는 스스로 자기가 장해(張楷)만 못하다고 여겨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고자 찾아갔지만 장해는 그 때마다 피하고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는 안개를 만드는 방술을 이용해 도적질을 하려 했다고 한다. 장해가 배우에게 오리무(五里霧)의 방술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장해의 은둔적 성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삼리무의 내공으로 안개를 만들어도적이 되고자했던 배우(裴優)가 그 방술을 좋지 않은 일에 사용할 것을 걱정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오리무(五里霧)는 장해가 일으킨 5리의 안개에서 나온 말인데, 그 뜻이 확대되어 오늘처럼 안개가 짙게 낀 날에는 앞을 분간하기 힘들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하여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 한다.

산청군에는 오리무중인 것이 여럿 있다. 지리산케이블카 설치가 그것이요, 지난해 개최했던 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주 무대였던 동의보감촌의 사후 활용방안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의 판도는 가히 오리무중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산청에서는 현 군수의 재출마여부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주장하던 현 군수의 태도가 일련의 사건으로 명예회복을 주창하며 재출마설이 무성하면서, 현 군수의 불출마를 예상하며 출마를 준비하던 후보자들에게 소위 ‘멘붕’을 가져다 주었다. 이에 후보자 중 어떤 이는 출마기자회견과 출판기념회를 통해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을 대거 참석시켜 세(勢) 과시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후보들은 저마다의 셈법으로 자신을 적임자라 내세우며 지역민들에게 읍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선거에 대한 관심보다는 민생안전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관심은 ‘그 분’이 아니라 ‘그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 산청에서는 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이 누가 나오는가가 관심이 아니라, 어떤 공약으로 ‘잘사는 산청, 앞으로 살고 싶은 산청’을 만들 것인가가 더 관심이라는 말이다. 선거 때마다 공약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제 지역민들은 공약(空約)에 현옥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공약(公約)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출마자들은 현 여당의 ‘공천’만 받으면‘당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당(黨)의 눈길을 받기 전에 민(民)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은 지역주민들은 관심은 ‘그 분’이 아니고 ‘그 것’이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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