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 속 항영양소의 두 얼굴

  • 입력 2014.04.1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물성 식품 중에는 체내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는 항영양소가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식물은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자신을 공격하는 생물체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기전으로 스스로 이러한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또한 항영양소는 곰팡이나 미생물의 대사 혹은 손상이나 감염에 대한 방어기전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중에 레스베라트롤 같은 polyphenol계 물질은 방어물질로 생산되지만, 사람 또는 동물에 항산화 기능을 하여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영양소는 철, 칼슘, 아연 등 금속성분과 결합하여 영양소의 이용을 방해하거나 성장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항영양소의 종류로는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인자(protease inhibitor), 갑상선종 물질인 고이트로젠(goitrogen), 렉틴(lectin), 피트산(phytate), 사포닌(saponin) 등이 있다.

이들의 체내 역할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물질은 콩, 오이, 당근, 브로컬리, 시금치, 감자 등에 존재하며 단백질 소화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러나 단백질의 본성 때문에 열처리에 의해 쉽게 변성되는 성질이 있어 가공식품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고이트러제닌 글루코시놀레이트(goitrogenic glucosinolate)는 주로 양배추, 케일, 순무, 꽃양배추, 싹양배추, 유채씨, 겨자씨에 함유되어 있다. 이들의 주요 독성학적 증상은 쥐, 가금, 돼지, 소 등에서 성장저해, 갑상선의 요오드 흡수 저하, 갑상선 비대, 기타 장기에서의 병리학적 변화 등으로 나타난다.

가공되지 않은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독성을 띄지 않으나 효소가수분해(티오시안산염(thiocyanate) 이온, 이소티오시안산염(isothiocyanate), 니트릴(nitrile), 고이트린(goitrin))에 의해 다양한 독소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글루코시놀레이트의 가수분해물은 갑상선에 의한 요오드의 흡수를 방해하고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여 대사장애와 갑상선 비대를 유발한다.
그러나 채종식물에 열을 가하여 가수분해효소를 비활성화시키면, 비독성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독성이 있는 분해산물로 되지 않는다. 렉틴은 주로 생콩 또는 생대두 등의 두과식물에 존재하며, 좀 더 직접적으로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당단백 수용부위에 결합하여 한쪽은 소장의 융털 경계면에, 다른 한쪽은 장내 세균 표면에 결합하여 소장과 세균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한다. 또한, 소장의 융털에 결합하여 얇은 단백질 층을 형성하여 ‘코팅’ 역할을 하면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한다.

이러한 렉틴은 정상피에 손상을 입히고, 세균이나 이들이 생산한 독소를 혈류로 진입시켜 적혈구와 응집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피트산은 주로 곡류 및 콩류에 존재하며, 칼슘, 아연, 철분, 구리 등의 금속성 영양소를 킬레이트화하여 불용성 복합체 형태를 만들어 생체흡수를 방해하고, 소화효소도 저해하여 단백질을 불용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피트산은 종자에서 인의 저장소 역할을 하며 조기 발아 및 성장에 필요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포닌은 스테로이드 또는 테르펜계로 두과식물, 생콩 등에서 발견된다. 사포닌은 곰팡이, 특정 미생물, 곤충에 대해 높은 독성을 나타낸다.

또한 사포닌은 소화와 대사효소를 억제하고 아연과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하여 흡수를 방해한다.
그러나 사포닌은 체내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여 재흡수를 방지함으로써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유익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식물 중에 존재하는 이러한 항영양소의 함량을 낮추기 위해서 다양한 농업생명공학 기술이 적용되어 왔다. 기존 전통 육종방법에서도 항영양소 수준이 낮은 품종을 선택하거나, 이들의 함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교배방법을 택하여 함량이 매우 낮거나 무시할 정도의 품종으로 개발하였다.

그러나 항영양소의 함량 조절에 의해 종자 및 곡류 성분에 다른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대부분의 식물에는 독소 및 항영양소가 존재하지만, 생명체를 구성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식물의 성장 및 인체 건강에 알려져 있지 않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한, 항영양소 존재 자체로 식품원료의 이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식물성 식품을 날 것으로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열처리 등의 가공방법으로 이들 항영양성분을 중화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익혀 먹거나 섭취수준이 낮은 경우라면 항영양소는 특별히 건강 위험요소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식품중 항영양소의 수준을 감소시키는 노력은 용도나 필요성을 고려하여 제고할 필요가 있겠다.

오선우 / 국립농업과학원 보건연구사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