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언영색(巧言令色)

  • 입력 2014.04.21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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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尙書) 경명편에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백경을 태복(太僕)으로 임명하며 훈계하였던 말이 기록되어 있다.

“그대의 아래 사람들을 신중히 고르되, 교묘한 말을 하는 자, 좋은 듯 꾸민 얼굴을 하는 자, 남의 눈치만 보는 자, 아첨하는 자는 쓰지 말고, 오직 올바른 사람만을 쓰도록 하시오(無以巧言令色便 側媚, 其惟吉士).”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는‘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에는 인(仁)이 적다’라는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라는 말이 있으며, 공야장(公冶長)편, 양화(陽貨)편 등에도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교언(巧言.fine words)은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하게 꾸민 말’을 뜻하며 영색(令色.an insinuating appearance)이란 ‘보기 좋게 꾸민 거짓된 표정’을 뜻한다.

지난 17일 산청군청 강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컨테스트가 열렸다.‘산청군 베스트 친절 공무원 선발 컨테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민원인들에게 더 친절하자는 의미로 진행되었지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기자는 행사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친절 컨테스트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참가자들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원인들과의 사례를 들며 친절에 대한 그리고 더 친절 하자는 내용으로 열심히 컨테스트에 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의 생각과는 다른 친절의 의미를 알게 되어 심사를 하는 동안 사고에 혼란이 왔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입장과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생각 해 보니 기자의 ‘친절’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친절’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친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다. 사랑과 배려로 가슴 깊이 새겨져야 비로소 진정성 있는 친절이 나타나는 것이다. 친절은 ‘대상’이 있어야만 한다. 그 대상이 ‘나’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다. 우선 나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自己愛)’가 강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사랑 할 수 없다. 진정성 있는 사랑과 배려로 타인을 대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타나는 것이다. ‘거울은 절대로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 공감이 많이 간다.

컨테스트를 보면서 얼마 후 치러질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얼마나 지역민들에게 대한 친절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지금 그들은 아주 친절한 척 지역민들에게 웃음 지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악수를 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가 있기 전에는 지역민들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지역민들이 그들에게는‘친절의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한 표’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 했듯이 사이비는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이다. 그리고 사이비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해악이다. 사이비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출마 후보 한사람, 한사람 공약을 평가하고, 인간 됨됨이를 평가해서 ‘사이비’를 가려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그리고 침묵으로 부동적(不動的)인 자세를 견지하는 유권자도 해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상대방의 성향이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할 수 있다. 사랑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말이다.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친절하기 위해서는 민·관 모두는 교언영색(巧言令色)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출마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더욱 그렇다. 마음은 마음만이 만져지는 것이다. 손으로 마음은 만질 수가 없다. 그리고 친절은 몸에 베여져 우러나와야 한다. 꾸며진 친절은 상대방에게 역겨움만 줄 뿐이다. 친절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먼저 친절하고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서 나는 향기로 세상은 행복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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