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리며

  • 입력 2014.04.30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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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2558주기를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벌써부터 각 지자체와 사원이 있는 부근에는 오색 연등이 오고가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러나 금년 부처님 오신 날인 초파일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소비에까지 미쳐 성탄전야가 국가애도일처럼 숙연하고 우울해져 버린 까닭이다.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구원받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들과 승객들을 위해 오늘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올렸다.

원효대사께서는 생사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생사고혜(生死苦兮)라고 했다. 태어나고 죽는 게 모두 괴롭다는 뜻이다. 부처님도 육신이 있기에 멸하는 생자필멸의 윤회를 피해가진 못했다. 불교에서는 생사 역시 영생하거나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닌 생명체가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연기법(緣起法)의 과정으로 가르친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은 각각이 아니라 세월 그 자체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한다면 이쪽 방에서 저쪽 방으로 가는 게 생이고 저쪽 방에서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는 게 죽음인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은 멸하지 않는 육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얻는 지혜를 뜻한다. 부처님은 물질의 보시보다 생사에서 벗어나는 열반적정의 지혜를 깨친 중생에게 오롯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네주었다. 연등을 남보다 늦게 달거나 부처님 가까이 비싼 고가의 연등을 달아야 더 복을 받을까봐 절로 바삐 달려가는 중생들을 보며 부처님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게 여겨진다. 팔정도(八正道)는 부처님께 깨달음을 얻으신 후 처음 설한 진리다. 그 뒤를 이어 사성제와 육바라밀(六波羅密)의 완성이 인격체의 완성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불교는 대자대비를 종지로 한다. 육바라밀의 여섯가지 가운데 처음이 보시(布施)로 시주를 말한다. 시주에도 바친다는 마음 없이 바치는 무주상보시(無住常布施)를 제일 으뜸으로 친다.

이 무주상보시는 법을 전하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사원을 보존하는데 바치는 게 근본목적이 아니라 전쟁과 기아와 질병과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들에게 회향하라는 자비심을 말씀하신 것이다. 절이란 본래 수행자들이 이슬을 피하는 곳에 불과했다. 부처님이 사시던 인도는 더운 나라로 절이 필요 없는 곳이다. 들판의 나무 밑이 집이고 법당이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어원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처님 생전에도 부처님이 기거하시는 큰 사원은 죽림정사와 기원정사 뿐이었다.

그런데 부처님 열반 2558년이 지난 지금 부처의 지위는 커녕 초발심이나 오계도 지키지 않는 무리들이 차지한 절이 수 만개에 달하고 대다수 절은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신성한 사원이 아니라 복을 사고파는 신종마트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올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자격으로 통합창원시내 사찰의 연등가격을 살펴보니 연중 법당 안에 밝히는 등 값이 모두 10만원으로 담합한 듯 보합세를 이루고 있고 대웅전 앞에 거는 특별등은 50만원에서 부터 수 백만원이었다. 가난한 자는 연등 하나도 켤 수가 없다.

단 법당 내에 거는 일년 등 값이 정해져 있지 않고 단돈 만원 이상이면 선착순 걸어주는 곳은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의 정토법당 뿐이었다. 연등의 의미는 호화로움이 아니라 바른 신심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다. 어두운 밤, 부처님의 처소에 가난한 여인 난타가 밝힌 초라한 호롱불은 인간의 힘으로 끌 수 없는 원력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부처님은 그녀에게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었다. 사원은 수행자들이 비와 눈과 이슬과 추위를 피하는 잠깐 쉬어가는 처소에 불과하다. 불교의 대의는 깨달음이고 그 깨달음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불교가 선행해야 할 최선의 목적이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한국의 사원은 불교 뿐 아니라 여타 종교 할 것 없이 기업체처럼 보인다. 근래 들어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가 왕성하게 포교영역을 넓히는 것은 사원보존이 목적이 아니라 중생구제가 목적이라는 스님의 철학이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문화재의 90%이상은 모두 불교문화재다. 하나 된 민족의 힘도 불교에서 창출됐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라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오체투지하며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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