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방조직·소방관 소외받지 않아야

  • 입력 2014.05.29 00:00
  • 기자명 이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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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세월호 사고로 슬픔과 비통함 속에 탄식의 시간은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아직도 16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수난구조대원들은 오늘도 목숨을 건 힘겨운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참사 이후 육상재난은 소방본부와 지방자치단체, 해양재난은 신설되는 해양안전본부가, 기타 특수재난은 특수재난본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재난은 해경의 구난구조, 경비조직을 해양안전본부로 새롭게 개편하면서 현장과 컨트롤타워의 지휘권 확립을 구상해지만, 육상재난을 맡은 소방본부와 특수재난을 맡게 되는 특수재난본부는 지휘권 확립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우려를 갖게 한다.

재난현장은 전쟁터와 같다. 현재의 소방인력은 3만8500여명이며, 최근 5년간 29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1626명이 다쳤다. 해방 이후 지난 2013년까지 각종 재난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관은 6862명이나 된다.(과거 현장 활동에서 순직해도 숨기던 시절 미포함)

하지만 최근 10년간 국가의 소방지원예산은 전체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며, 지방정부 또한 소방에 대한 예산지원이 인색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인력과 낡은 장비는 소방의 대명사처럼 되었고, 사용연수가 훨씬 지난 고가사다리차의 와이어가 끊어져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되기도 하고, 현장 활동 중 순직자가 발생되면 반짝 관심이 있을 뿐 뒤돌아서면 잊혀지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소방관들은 현장대응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소방조직의 일원화와 소방관의 국가직을 주장해 왔고, 현재 국회에는 관련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한마디로 국가에서 관리하는 선진화된 소방체제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에 의해 설립된 소방방재청이 10년 만에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소멸되고 국가안전처의 본부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직전 인명구조 활동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잘못한 것도 없는 소방조직이 해양경찰청과 더불어 사라질 운명을 맞고 있다.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는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그 기능이 잘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대응조직인 소방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 소속의 컨트롤타워가 아닌 독립적 재난대응전문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동안 해양을 제외한 육상에서의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은 현장대응의 최선봉에서 중심적인 활동을 해왔다. 당연한 활동에 대해 과분할 정도로 국민들은 소방에 무한한 신뢰와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육상재난 중심활동 그 이유에서다.

세월호 침몰의 근본원인은 자본가의 탐욕과 부도덕한 이윤추구에 있으며, 이를 잘못 관리한 관계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더불어 침몰직전의 초기대응 실패는 대한민국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가안전처의 신설과 관련해 언론에서는 컨트롤타워만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책상에서 펜으로는 현장대응을 할 수는 없다. 재난현장 대응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으며,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소방관이 언제나 함께 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재난현장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안전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19와 소방관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찬사와 신뢰도가 1위이면 뭐하겠는가? 재난대응에서 컨트롤타워보다 중요한 것이 초기대응이다.

초기대응조직인 소방조직과 소방관에게 현장 활동을 잘 하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조직구성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 나라의 품격은 그 나라의 안전문화를 보면 알 수가 있고, 그 나라의 안전문화는 그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조직과 소방관이 처해 있는 상태를 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전처 신설에서는 소방조직과 소방관이 소외받는 일이 있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빈다.

/이현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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