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이부실(華而不實)

승인2014.05.30l수정201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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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문공(文公) 5년 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기록되어 있다.
춘추시기, 진(晉)나라 대신(大臣) 양처보(陽處父)는 위(衛)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魯)나라 영성( 城)의 한 집에 묵게 되었다. 집주인 영은 양처보의 당당한 모습과 비범한 행동을 보고 그와 함께 갈 것을 결심하였다.

양처보의 동의를 얻은 후, 영은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를 따라 길을 나섰다. 그런데 영은 온(溫) 땅에 이르자 생각을 바꾸어 집으로 돌아왔다. 영의 아내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 다시 돌아온 이유를 물었다. 이에 영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다만 사납고 강한 성질로만 처세하고,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속으로는 덕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집중시키고 있소(且華而不實, 怨之所聚也). 이러한 사람을 따른다면 몸을 안전하게 보존하지도 못하고 이익은 커녕, 도리어 그의 재난에 관련될 것을 두려워했소.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나 돌아 온 것이오.”

지금 온 나라는 다가오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와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의원들의 선거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은 조금씩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고, 이제는 유세로 인해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접하는 기자의 마음은 불편하다 못해 씁쓸하다. 출마 후보자들의 인물과 공약도 중요하겠지만, 선거를 대하는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인물의 기대감이나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투표의 소중함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 때, 이것이 과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실상이라고 생각하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선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산청군의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 분명 ‘주권’도 국민에게 없으며, 지방자치의 모든 권력도 ‘주민’에게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산청 주민들은 참으로 불행한 주민들이다.

집권 여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예전부터 성립된 지역이라서 그런지, 벌써 기초의원 지역구 중 두 곳은 공천과 동시에 ‘무투표’당선 지역으로 결정이 나버렸고,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도 공천과 동시에 당선이라는 생각에 다수의 주민들의 의사보다는 ‘당심(黨心)’이 더 중요한 곳이라는 불명예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될 부분인 것이다.

지금 산청에는 ‘주권은 당(黨)에 있고, 모든 권력도 당(黨)’에 있다.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아니, 산청군에는 여당의 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서도 매월 당비를 꼬박 꼬박 납부하는 당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공평성을 유지하겠다는 명분으로 당원·비당원을 포함한 전체여론으로 결정했지만, 이것 또한 소수 일부의 의견인 것으로 그다지 공정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당원들의 참정권’을 박탈했고, 정당정치의 의미를 퇴색 시켰으며 또한 당원들의 분열을 야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불복하여 의의제기를 일삼고, 상호간 고소·고발로 페어플레이 정신은 무너졌으며,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지금의 상황에 분노할 뿐, 어떻게든 할 수 있는 힘이 없음에 스스로에게 자괴감마저 든다.

이번에 산청군에서 선출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람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진정 주민들을 위로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이가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꼼수를 부리지 않고 권력에 줄 세우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형평성을 유지하는 이가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굳이 역할분담을 한다면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들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무너질 때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역할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죽고 사는 것이다.

화이부실(華而不實)이라 했다. 화이부실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음’을 비유한 말로서, 곧 사람들의 가식과 허영을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다. 제발 새롭게 선출되는 모든 이들은 진정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이 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주민들을 섬기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노종욱기자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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