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오랜 친구의 방한에 감사드리며

승인2014.08.20l수정201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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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 한 분이 한국을 찾아왔다가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셨다. 이 분을 생각하니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라는 논어 학이편(論語 學而篇) 편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친구도 보통 친구가 아니라 한 왕국의 최고지도자였다. 내가 불교신자임에도 오히려 불교계의 종정 스님과 큰스님들이라는 분들보다 가톨릭의 수장이자 바티칸 왕국의 교황인 프란치스코 성하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감명을 주고 마음에 평화를 주었던 건 왜일까?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 뭉그적거리며 세월호 법안통과를 미루고 보수단체들이나 악플러들은 애통한 유가족들까지 매도하는 메스꺼운 배설물을 뿌려대는 이 지저분한 나라를 그 친구는 단숨에 향기가 나는 평화와 화해의 전원으로 바꿔놓았다.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구분하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들이 구분을 못하고 전우가 전우를 죽이고 공직자들은 공직의 본분을 망각하고 검사장이란 사람이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정치인들이 뇌물죄로 줄줄이 소환되는 기막힌 현실은 정직하게 살아가는 자체가 고통이고 지옥이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의 방한은 실의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소외계층과 병든 이들 그리고 죄 없이 죽어간 영혼과 가족들의 고통을 잊게 해줬다. 이 친구의 방한이 이 어찌 고맙고 즐겁지 아니한가?

불교계에서는 티벳의 망명지도자인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거부하면서 같은 종교지도자인 교황은 초청해 국빈대접을 하느냐고 항의다.

그런 정의를 내세운다면 이스라엘이 강제로 점령해 자기들 땅을 만들고 눈만 뜨면 포화에 살상당하는 팔레스타인의 참극은 왜 외면하고 도울 생각은 하지 않는가? 이번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만 두고 보자.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는 141만명이 넘게 서명했는데 승려 수와 신도 수 최고를 앞세우는 조계종이나 타 불교종단은 몇 분의 스님들이 나서고 몇 장의 서명을 받았는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교황의 방문은 바티칸이란 한 국가의 수반이며 종교인이자 친구의 자격으로 내한했으므로 외교에 속하는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절 뺏기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불교종단의 볼썽사나운 짓거리가 세월호 참사보다 더 참담하게 보인다.

수행자들이 시주금을 쥐락펴락하는 게 부처님의 유시에 어긋나는 가장 큰 죄악인 줄 알면서도 종단의 큰 스님들은 부처님 본래의 가르침을 현실에 접합시켜 종단을 개혁시킬 생각은커녕 조실 방이나 방장 방에 제왕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종처럼 엎드려 오체 투지하는 신도들의 보시와 3배에만 맛 들여 오히려 권승(權僧) 으로 비쳐지는 요즈음이다.

물론 가톨릭 내부에도 모순은 끝없이 독버섯처럼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그 모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회개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카톨릭의 박애와 불교의 대자대비는 동체대비와 다를 게 없다. 교황보다 더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300여개가 넘는 불교계의 종정스님들이나 자칭 법왕이라는 분들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외로운 이들을 찾아가 따스하게 손이라도 잡아준 큰 스님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성종단이 진보세력과 결탁하는 배교자라며 비꼬는 법륜스님만이 일년 열두 달 쉼 없이 국내와 국외를 누비며 부처님의 구도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면 타 불교 종단이 할 말이 있나?

법당에 있는 부처나 성당 안의 십자가는 부처나 예수가 아니다. 삶에 지친 소외계층과 외로운 이들을 찾아 위로하고 구휼하는 분들만이 생불이며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분신들이다.

이 나라 정치권과 일부 국민들도 가슴에 달기를 주저하는 세월호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노란 배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옷깃에서 본 순간 필자는 감동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과 성직자나 수행자들조차 꺼려하고 기피했던 고통 받는 외로운 사람들의 상처를 짧은 4박5일 동안에 치료해주고 성큼 떠난 오랜 친구에게 비록 필자는 불교도지만 그 분의 발밑에 오체투지의 경배를 드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성하의 방한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사귀국을 반긴다.

/본지 주필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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