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설사 치료법

  • 입력 2014.09.01 00:00
  • 기자명 김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암시하듯,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동물의 똥을 치료약으로 이용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도 일사병에 걸렸을 때 생말똥 즙을 치료약으로 쓴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누에똥이 아토피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예도 있다.

최근에 서양에서는 사람의 대변을 이용한 파격적인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장내 감염으로 심한 설사병을 앓는 사람들의 치료제로 미국 FDA에서 개발중인 대변이식(Fecal transplantation) 방법이 다.

대변이식은 새로운 의학기술은 아니고 이미 50년전에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한 외과의사가 슈도모나스 엔테로글리티스(Pseudomonas enterocolitis) 균 감염에 의한 설사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실제로 행한 치료법이다. 장내 미생물 치료법 (Bacteriotherapy라 불림)은 기존의 항생제 치료에 비해 월등한 효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만든 즙을 이용하는 이런 이상하고, 엽기적인 치료법은 이유가 필요 없이 그 동안 의료계에서 무시됐다.

그러다가 4년전 미국 미네소타 의대에서 클로스트리움 디피실 (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장내 미생물에 감염된 중증 환자에게 시행해 다시 주목 받게됐다.

항생제를 과용하면 장내 미생물계(Microbiome)가 파괴된다. 보통의 경우 심한 설사가 동반되는데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클로스트리움 디피실 균의 경우만 보아도, 매년 300만명 이상이 감염되는데 항생제 내성 때문에 점점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매년 1만4000여명이 사망한다.
과학잡지 ‘사이언스’에서는 대변이식법을 장내 미생물계 전체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평가한다.

이 관점에서는 사람의 몸을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들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환경 생태 시스템으로 다룬다.

이 시스템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거의 모든 생리 대사에 관여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의 공생 미생물 연구는 10여년 전만 해도 너무 복잡해 진척이 없다가, 고속 염기서열 결정법이 개발돼 매일 수십만 개 미생물 유전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자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계는 우리의 상식을 초월한다. 2007년부터 세계 80여개 연구소가 건강한 사람 242명의 15개 신체부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다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가 약 10조개 정도인데 비해 미생물들은 그 10배가 넘는 100조나 됐다. 그리고 이들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도 800만 개로, 2만2000개에 불과한 사람 유전자 보다 360배나 많았다.

장기 이식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요즘에, 건강한 사람들의 대변에서 분리한 미생물 치료제가 실제로 사용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대변도 이식이 가능한 시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창묵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