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우공이산의 고사가 생각나는 시절

승인2014.09.03l수정201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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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추절이다. 민족의 대이동은 우리 민족이 지닌 미풍양속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상의 묘를 찾아 뿌리가 무언지를 자식들에게 일깨워주고 살아계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효(孝)는 인륜도덕 가운데 으뜸이다.

풍요가 절정에 달해 잔반의 음식을 처리하는 데만 수십조라는 혈세가 투입되는데도 굶주리고 헐벗은 이웃들이 있다는 것은 과소비로 인한 빈곤인지, 지병으로 인한 빈곤인지, 재산 숨겨두기 식의 빈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들 얘기한다. 더군다나 50대 이상의 자살률이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30여명이 넘고 하루 자살률이 평균 29명이라는 경찰청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필자 주변에 외롭다거나 죽고 싶다는 얘길 자주 하는 사람들은 대하면 빈곤해서가 아니라 문화의 무지와 인과관계의 소외감 때문이라는 걸 느낀다.

용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쓰지 못하거나 불필요한데 낭비하면서 자신이 항상 가난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몇 만원이 아까워 친구나 이웃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자살률이 높은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에서도 잘나가는 80평짜리 고급주택에 살면서도 남들은 100평 200평의 대저택에 사는데 겨우 내 인생이 요것뿐이라며 푸념을 하는 지인에게 지구만큼 큰 저택을 소유한들 만족한 게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무치한 욕심이 타인에게 동정이나 동조를 받을 리는 만무하다.

이런 사람들이 자식농사 또한 잘 지었을 리 만무하다. 부전자전이라고 자식들도 배운 게 출세와 재산 축적하는 취미밖에 없으니 효가 뭔지 알 턱이 없다. 명절에도 어른이라고 안부전화를 하면 자식들은 해외출장(?)으로 바빠서 외국에서 추석을 보낸다며 너무 가난하고, 외롭고, 힘들다고 말한다. 이게 빈곤이고 진정한 외로움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해보기 바란다.

작은 것을 무시하거나 작은 노동을 우습게 보는 사고방식은 삶의 가장 무서운 천적이다. 목표가 없는 집념은 그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현재 우리 국가의 현실은 가장 잘못된 좌표를 설정하고 그 잘못된 코스를 향해 역주행하는 낡은 열차처럼 보인다.

중국의 국부나 다름없는 마오쩌둥(모택동)이 인용해 가장 유명한 고사성어로 자리 잡은 ‘우공이산’이란 얘기가 있다. 우공이산이란 우공이란 노인이 산을 옮겼다라는 ‘열자 탕문편(列子 湯問篇)’에 나오는 고사로 커다란 산도 한 삼태기씩 퍼다 나르면 언젠가는 평지가 된다는 비유다.

1945년 제7차 중국공산당 인민대회에서 마오쩌둥이 “중국인민의 머리를 짓누르는 두 거대한 산이 있다. 하나는 제국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봉건주의다. 중국공산당은 일찍이 이 둘을 파내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반드시 이를 계속해야만 하고, 반드시 계속 일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하느님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 하느님은 바로 다른 것이 아니라 모든 중국의 인민대중이다”라는 우공이산의 고사를 비유로 들며 중국인의 느리고 둔한 만만디를 질책하고 정신개조에 들어갔다고 한다. 오늘의 열강 중국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머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산은 무엇일까? 아마 하나는 제국주의 근성을 버리지 못한 친일잔재이고 하나는 개혁을 두려워하는 극우보수주의자들과 성급하게 개혁을 앞세우는 극좌진보주의자들의 대립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시험위주와 성적위주로 성장한 세대가 빚어내는 끝없는 촌극들이다. 입법, 사법, 행정부와 군이나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청렴성이나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시험인간들에 의해 점령되다 보니 대한민국의 하느님인 국민과 윤리도덕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가난해서 죽는 게 아니라 더 가지지 못한 욕심과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죽는 것은 자살이 아니라 미필적 타살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며 보수와 진보를 내세워 민생을 외면하는 것은 대의정치가 아니라 대립정치로 국민들이 원하는 행복지수와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세월이다.

민주주의국가랍시고 지방자치제를 만들어 놓으니 인재활용이 아니라 지역색과 토박이 님비주의의 저질정치로 전락해 국민의 혈세낭비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은 더 안타깝다.

어른도 아이도 스마트폰에만 고개를 쳐 박고 사는 거리풍경은 더 가관이지 않나? 올해 추석은 모든 국민들과 도민들, 그리고 경남연합일보 독자들이 바라는 소원들이 정직하고 진실한 상식이 통하는 토대위에서 건강하게 활착되고 이뤄지길 기원해 본다.

/본지주필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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