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김성일 시의원의 해프닝

  • 입력 2014.11.26 00:00
  • 기자명 김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해야구장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시의회 정례회의 석상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달걀을 투척한 김성일 시의원은 사건 직후 출신구인 진해는 물론 인구에 회자돼 졸지에 전국구 스타덤에 올랐다.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데 그 나이에 어디서 그런 용기와 의협심이 나왔는지 평소에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조차 덩달아 감동하고 그의 구속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다.

구속적부심의 기각결정 또한 김 의원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판결이었는데 전직 지방직 간부공무원으로 36년을 근무했고, 현직 시의원이며, 고령이고 초범인 그에게 형평성이 기운 적부심 기각결정에 고개를 갸웃(?) 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가 피의자 신분에서 구속과 집행유예 팔결로 석방되기까지 보여준 조삼모사한 행동은 졸렬한 처신이라는 지탄과 함께 인기와 지지도가 급락하고 말았다.

진해탈환의 의병장답게 처음 경찰서 문을 들어섰을 때는 호기가 하늘을 찌르다가 구속되자마자 용서를 애걸하고, 나중에는 무슨 이유인지 안 시장의 상처 부위를 증거보존 신청해 용호상박 전으로 갈 것처럼 팔을 걷어붙이더니, 판결을 앞두고는 용두사미의 백기를 들고 안 시장과 사법부에 엎드리는 꼬락서니는 그동안 그를 지지하고 의사(義士)로 치켜세웠던 구민들까지 경멸하고 있다.

검려지기(黔驢之技)라는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관람하는 것 같았다. 검려지기란 당나귀 헛발질이라는 말처럼 잔꾀를 부리다 오히려 화를 자초한다는 고사성어다.

광역시에 버금가는 시장이자 전직 검찰간부와 공당의 대표를 지낸 안 시장에게 도전을 했으면 그 뒤에 올 파장과 법적문제까지 책임지는 초지일관의 자세를 견지해야지 실형 받고 시의원 벼슬 떼이는 게 두려워 사법부에 읍소해 벌금정도로 형량을 낮추려는 얄팍한 술수가 역겹다는 게 지역의 공론이다.

그런데 108배 참회라니? 누가 누구한테 참회한다는 말인가? 김성일 시의원은 행동이 지나쳤을 뿐 향토를 사수하려는 그의 애향심과 정당성 자체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김 의원이 무슨 죄로 누구에게 참회를 한다는 말인가?

그러니 진해시를 분리하자는 독립투쟁도, 야구장 유치도, 김성일 시의원의 이해 못할 이중성 앞에서 대의명분을 잃고 말았다, 국회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향리인 진해분리 법안을 촉구하고 다니는 ‘김성찬 국회의원’의 행보에도 도움은커녕 오히려 태클을 건 격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야구장 문제나 진해분리 법안을 촉구하며 단식하던 김헌일 시의원이나, 5분 발언을 통해 통렬하게 불통의 시정을 꾸짖고 나선 전수명 의원과 나름대로 시의회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면서도 진해발전에 발 벗고 나선 유원석 의원과 진해구 출신 시의원들의 사기마저 일거에 떨구고 말았다.

추워지는 계절에 70대의 고령으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김 의원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는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고 얻어진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인가? 달걀 두 개 투척으로 영웅이 될 것 같았으면 대한민국 가가호호에 영웅이 없는 집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김 의원의 검려지기 같은 하잘 것 없는 결기를 지켜보며 한때나마 그의 용기를 치켜세운 필자는 물론 시민들도 낯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진해는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면 중이나 갈 텐데 아예 추락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동가식서가숙했던 여파는 진해 발전과 진해출신 공무원들의 인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내우외환에서 조국을 지켜낸 호국열사나 애국지사들, 민주주의를 일군 민주투사들은 목숨과 구금 따윈 초개처럼 여겼다. 부탁하거니와 김성일 시의원의 검려지기 같은 해프닝을 시의회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본지 주필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