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두마리 토끼 잡는 ‘일·학습 병행제’

  • 입력 2014.12.01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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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입시 스트레스와 성적 비관으로 인해 수많은 청소년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입시를 준비시키고 성적을 올리고자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사교육비지출은 쳇바퀴와 같이 가족에게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왜곡을 초래해 경제순환계를 흔들어 대고 있다.
이 삼중고·사중고의 고통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입시 이후는 또 어떤가. 살인적인 입시경쟁의 승자들에게는 출신대학의 간판이 주는 특혜가 보장되지만 패자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남는다.

또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양과 질에 차이가 생겨, 희망 없는 사회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산업사회를 이륙한지 160년이 돼가고 있다. 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선진국에서는 학력의 차이에 의해 임금에 불이익 오는 것을 막아왔다.

이를테면 고졸자와 대졸자간의 임금격차를 좁혀 임금의 민주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는 직업의 특성과는 거의 무관하게 학력에 따라 임금을 차별시키고 있다.

고졸 인력은 여전히 대졸 인력보다 낮은 임금과 승진차별, 사회적 편견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대기업에 취직을 했던 고교학생이 대졸자와의 임금격차와 업무분장 차별로 인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진학을 준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또한 연공서열에 따라 대우하는 것이 익숙한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사회로 진출한 고졸 취업자들이 진급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경제에 효율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정치, 사회에 민주적이지도 못하다. 물론, 이는 짧은 시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언젠가 변화할 사회의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로 이런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고졸 취업 학생들이 우리사회에서 더욱 당당하게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정책들이 최근 쏟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학습 병행제이다. 일·학습 병행제도는 교육기관과 함께 일터에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받고, 기업 주도의 실질적인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제도이다.

이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기업중심 교육이며, 독일의 듀얼제도나 호주, 영국의 견습제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터기반학습(work-based learning)이다. 과거 단기현장 실습체험과는 달리 최소 1~4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양성 교육훈련으로서 과정에 따라 학위나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일·학습 병행제는 우리나라 국민으로 15세 이상의 청년 취업 희망자라면 누구나 학습 근로자로 참여할 수 있다.

학습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정식 근로자로 채용이 되며, 해당 기업의 소속 근로자 신분으로 임금, 해고등에 있어 일반 근로자와 같다. 학습 근로자 입장에서 일·학습 병행제도는 대졸자와의 차별을 없애고 경험과 기술의 미흡,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인력수급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란 구조적이라서 한 문제가 해결되면 연이어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 오직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사회적 성공의 지표로 여기는 우리사회에, 일·학습 병행제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즉 각자의 재능과 꿈을 살려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는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강력한 해결책 중 하나일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졸 취업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학의 가치가 취업의 기준에 의해 잠식된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취업난에 아파하는 대졸 청년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학력과 무관한 학습과 능력중심의 기업문화는 대학들로 하여금 다시금 학문에 정진토록 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권일현 폴리텍대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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