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무상급식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

승인2014.12.04l수정2014.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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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대치하던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의 샅바싸움이 이제는 이념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감사권을 주장하며 전체급식예산을 삭감해버린 경남도의 행정집행은 홍준표 지사가 부임할 때부터 행사해온 권력지향형 행정이지 도민을 위한 목민행정(牧民行政)은 아니라는 여론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성인의 말씀이 아니라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한 마음의 상처를 달래줄 수 있다면,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위로할 수 있다면, 내가 숨져가는 한 마리 물새를 치료해 그 보금자리에서 살 수 있게 한다면 나의 삶은 정녕 헛되지 않을 것이다.”

디킨스가 살던 시절, 영국은 기근과 기아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던 암흑기였다. 세기적 문호인 셰익스피어와 동일한 인물로 디킨스가 지구촌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는 그 한마디다.
가진 게 없다는 말은 ‘소유를 자선’으로 환원하는 숭고한 인간 철학의 최고봉에 이르렀다는 뜻과도 일치한다. 디킨스의 유작으로 유달리 사랑받는 ‘위대한 유산’이 12월3일부터 12월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또 다른 저서인 ‘크리스마스 캐롤’ 과 더불어 언제나 연말이나 세모를 훈훈하게 덥혀주는 그의 작품세계를 여행해 보는 것도 자기인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디킨스의 온정주의가 아니더라도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지만 아울러 소수의 의사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법이란 국가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할 뿐이지 국민을 탄압하는 권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정치권 쪽에서 오래 놀던 사람들이 두고 쓰는 문자가 아닌가?

도민들이 바랐던 것은 지혜와 덕목을 겸비한 도정이었지 약자를 힘으로 몰아붙여 몰락시키는 힘만 센 도정이 아니었다.

무상급식이란 잘살고 못사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평준화시켜 한 식탁에서 오순도순 먹도록 함으로써 급우끼리의 우정을 쌓도록 한 윤리도덕이란 교과서 밖의 시청각 교육과 맥락을 같이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과거 우리 같은 노인세대의 점심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소수의 부유한 친구들은 점심을 싸왔지만 가난이 대물림이었던 시절에 점심을 싸오는 친구들은 드물었다. 점심때면 점심을 싸오지 못한 친구들은 밖으로 나가 맹물을 들이키거나 학교 인근 야산이나 들판으로 나가 식용풀뿌리를 질겅대다가 들어왔다,

그런 만큼 고른 우정이 싹틀 리 없었고 가진 자와 가난한자로 패가 갈라졌다. 그 인과관계는 곧 6.25 전쟁을 겪으면서 현실로 나타났는데 전쟁 중 인민군이나 국군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 것은 과거의 가난을, 있는 자와 배운 자에게 폭발시킨 좌익이나 우익에 가담한 지역의 극단주의자들이었다.

청소년들의 무상급식은 그런 의미에서 절대 시행되어야 할 교육정책의 우선순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홍 지사 말대로 경제적 경중을 가려 줄 학생들과 주지 않을 학생들을 구분해 혈세를 절약해야 된다고 하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행정적 불요불급한 감세조율과는 달리 교육의 인성적 측면에서 투자하는 것이지 경제적 감가상각을 내세우는 것은 오답으로 느껴진다.
또한 도지사나 교육감은 계급적 완장의 차이가 없는 공히 도민전체의 선택으로 선출된 민선 행정수장이자 민선 교육수장이다.

그런데도 예산집행권을 가졌다고 지사나 도의원이 전체 도민이 선출한 교육감을 종북주의자나 부하 다루듯 하는 거친 발언이나 행동은 폐기되어야 할 저급한 행정이자 저질적인 정치와 다를 게 없다. 민주주의는 숫자노름이 아니라 밀어준 만큼 국민들에게 더 봉사하고 희생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강한 것과 강력한 것은 다른 것이다. 회초리도 지나치면 폭력이 되듯 행정도 지나치면 폭정이 된다. 이쯤에서 순수한 아이들 밥그릇을 정치논리로 패를 가르고 오염시키는 도정과 행동들을 그쳐주길 바라는 대다수 도민들과 도내 지식인들의 중론을 전한다.

/본지 주필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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