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은행 인수 빨간불

예산처·금감위 반대 입장 내세워

  • 입력 2007.07.06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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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당국이 국민연금의 은행 경영권 인수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주와 외환은행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업계는 국민연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의 지분 인수에 나서더라도 지배구조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경영 간섭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 문제가 금산분리 논쟁으로 확산될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은행 인수 잇따라 제동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5일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전문 운용기관이 국민연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특정 은행을 소유하면 누가 경영을 하고 책임질 것이냐”며 국민연금의 은행 소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앞서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민연금이 금융기관이나 제조업체에 대해 소유 목적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본다”면서 “국민연금은 장기적·안정적 수익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자본시장 육성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처에 이어 은행 지분 인수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감위까지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연금이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금융업계는 은행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어렵게 된 만큼 국민연금이 사모펀드(PEF)의 컨소시엄 참가를 통해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회사 고위 관계자는 “200조원의 자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안정적이면서도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로 대형 은행들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국민연금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민영화를 기대하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보유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간섭 차단 필요..금산분리 논쟁으로 확산 기미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경우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한 소유구조 문제와 민영화 역행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박사는 “포스코 등 다른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전례가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FI로 나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에 국민연금이 참여한다는 것은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적 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의 은행 지분 인수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자본과 정부, 민간 중 누가 금융업의 주도권을 갖느냐가 논란인데 외국자본도, 국내 산업자본도 안된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금융업을 주도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이 재무적투자자로만 참여한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영향력이 행사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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