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의 세상읽기]TV수신료 인상

  • 입력 2007.07.20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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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올려 받고야 말 것이다.

‘KBS는 이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방송이며 또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다.’
주인이라 부르는 국민들은 이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지만 방송국은 시간 날 때마다 따갑도록 해온 말이다. 이상하게도 국민들은 KBS를 자신들의 방송국이라기보다는 정부나 정권의 방송국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KBS는 언제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왔고 정부가 뒤에서 아주 콱콱 밀어주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주인은 반대 하는데 객인 대통령께서 수신료를 올려주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그 국민의 공영방송이 이번에는 수신료를 무려 60%나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한꺼번에 올리겠다고 열을 내고 있다. 늘상 그냥 올리겠다고 통보하고 징수하면 되었는데 이번엔 작전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올려도 너무 올리는 것이 아니냐?’라는 시민들의 매서운 항의와 거센 저항을 예상한 나머지 어떻게든 합리화 시킨 후 올려 받아야 하겠다는 눈물겨운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니까 가능한 합리화 하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국민의 방송인 국가 공영방송을 연일 이용해 선전하고 그 결과를 날마다 점차 인정되는 방향으로 유도 방송하여 국민들이 수신료인상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이럴 때는 KBS가 전혀 국민의 방송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KBS 임원들과 일부 직원들만의 방송국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이길 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천천히 엮어 가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해도 해도 너무한 짓이란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알 만 한사람들은 KBS가 현 정부의 기관방송이라는 걸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들이 계속 반복해 세뇌시킨 그대로 진짜 정의에 가득 찬 국민의 방송인줄 알았었다.

지금까지 잡았던 여러 정권들의 ‘현란한 나팔수’였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불신감에 뒤이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도 많이 뼈들을 깎아 이젠 더 이상 깎을 뼈조차 남지 않았을 눈물 젖은 각고(刻苦)의 자아비판은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귀가 아프게 들어온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자기반성은 정권이양 시 요식행위로 밖에 더 생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른바 소위 민주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어둡던 구시대의 정언유착 진상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방송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자각들이 국민들의 가슴에 생겨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뒤이어 정의와 진실에 대한 방송의 의심과 불신들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져 갔다.

‘TV에서 말하는 것들 가운데 80%는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는 이런 말까지 나돈다는 걸 모르면 곤란하다.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도 한번 신의를 저버리거나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 이전으로 회복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특히 대중을 상대하는 텔레비전 방송은 그 영향력이 큰 만큼 불신의 폭 뿐만 아니라 범위와 깊이도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상파는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국가의 소유도 아니며 유엔의 소유도 아닌데 마치 KBS의 소유처럼 시청료를 받는다는 것도 또한 엄격히 말하면 이상한 짓이라 생각 할 수도 있다.

이젠 ‘봐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걸 잠시 잊은 모양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지상파 방송을 전혀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텔레비전 수상기를 방송국에서 제공해 준다거나 유선 케이블 위성방송의 장비를 설치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그저 수상기를 가지고 있다는 그것만으로 전기료에 덧붙여 강제징수 한다는 건 결코 유쾌한 징수방법이 아니다.

강제징수와 자진납부는 엄연히 다르며 국민을 무시하는 비인간적인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역대정권들이 정권을 잡으며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국가공영방송의 편파적이고도 정권옹호차원의 방송행태들이 국민들의 뇌리에 역겨운 기억으로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정권교체를 지상목표로 대선을 위한 야당의 약진이 노골화 하는 바로 이때에 수신료를 대폭 올리겠다는 발상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 국민들은 생각한다.

역시 장비나 능력을 보강해 다시 그 짓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으며 그렇게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일조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반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먼저 공영방송으로서 진짜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워 열 가지 전제조건을 내 걸고는 있지만 그걸 방송국에서 반드시 실행 할 거라고 믿는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다.

진심이 국민들에게 통하고 진짜 국민들이 자신들의 방송이라고 생각할 그런 경지가 되어야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래봤자 수신료는 어떻게든 인상 될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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