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의 세상읽기]보험 재정만을 위한 의료보험법

  • 입력 2007.07.06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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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요즘 환자들은 CT나 MRI를 촬영한다. 그런 걸 해봐야 마치 완벽한 진단결과를 얻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MRI를 의료보험급여에 등재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나라다. 만성적자라 하여 의사들을 쥐어짜다 못해 비틀어 훑어내기까지 하고 있는 이 취약한 의료보험재정으로 그 비싼 MRI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줄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러나 박수소리 뒤에는 문제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아파 병원에 가고 의사는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 의료장비를 쓴다.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확인하기위해 MRI 등 보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가능하면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다 의료보험혜택이 되는 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촬영을 일단 하고난 뒤 그 결과에 따라 MRI에 영상 상으로 병변이 확인될 수 있을 경우에는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면 그 환자는 비 보험처리 된다.

다시 말하면 촬영을 하기전이 아니라 일단 하고난 뒤 병변이 사진으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건강보험혜택에서 제외되어 일반으로 고가의 촬영 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어보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것처럼 들리지만 언제나 포장이 화려하면 내용이 부실한 법이다.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의심되거나 추정되는 병이 MRI 사진영상으로 모두가 분명하게 보여 진다고 확신 할 수 없다. 비록 그때 그 촬영 당시에는 MRI에조차 나타나지 않지만 머지않아 나타날 수 있는 발병초기의 병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미 발견 질환들을 조기 발견하고자 MRI 보다 더 정밀도와 해상도가 높다는 PET와 그 뒤이어 PET CT라는 초고가의 장비도 나와 있는 것이다. MRI가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촬영해보려는 이유는 초기의 질병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MRI가 모든 병을 초기부터 영상으로 명확하게 우리에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촬영 후 병소가 영상에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해서 바로 비 보험으로 처리 한다는 건 너무나 보험재정 확보만을 위한 탁상공론식 평면적 발상이다.

병이 발생하거나 이상소견이 반드시 보여야 의료보험 혜택이 된다면 혈액이나 소변 검사 등 모든 검사에도 적용해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검사나 촬영 등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이른바 의사들이 ‘룰 아웃’ 해 나가며 행하는 진단방법에는 이상소견 뿐만 아니라 정상소견도 필요하다.

신체의 어느 부분이나 검사가 정상이어야만 비슷한 질환들 가운데 한 가지 질병을 확정 할 수 있을 때에도 물론 이상소견도 필요하지만 정상소견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에 가는 환자의 대부분이 이런 특수촬영을 원하고 그렇게 당연히 하는 것으로 관례화 하여 촬영하고 있는 현 실정으로 보면 의사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MRI 소견이 약간의 의문이 있는데도 확실치 않으므로 정상으로 판정되었다면 그 결과로 인해 피해를 입는 환자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더구나 정상소견인 경우 비 보험적용으로 비싼 촬영수수료를 지불하게 하는 법이 그렇게 보장까지 해 주고 있다면 뭔가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만약에, 오직 만약에 말인데, 병원수입을 위해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도 정상으로 판정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판정하여 치료비를 받았느냐 아니냐가 오로지 부당지급을 막아보자는 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의 감사 초점이 될 것이므로 오히려 의심되는 사진은 더 추적을 하지 않고 정상으로 넘어갈 소지도 있다는 말을 한다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걸까?

2~3년 전만 하더라도 PET는 서울에 한곳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종량전문병원에는 다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비싼 의료장비다. 종합병원에 다녀온 사람들의 입에서 PET 말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이제 MRI는 구시대 의료장비? 쯤으로 추락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절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MRI가 정상으로 나와야 그보다 해상도가 좋고 값도 비싸다는 PET를 환자에게 당연히 권유(?) 할 수 있게 되므로 MRI를 정상으로 보려고 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지나 않을지 의심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

비싼 의료장비를 넣었으면, 물론 수요가 많아서 마련했겠지만, 들인 만큼의 장비 값은 물론 그에 걸 맞는 수입도 반드시 보장 하려고 할 것이다. 척추전문병원이 많아지니 척추수술환자가 많아진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전문직은 수요를 때로는 창출한다는 역 경제학적 말도 그래서 생겨난다. 국민 대중들로부터 적은 돈들을 모아 양질의 진료를 한다는 본래의 목적(양질의 진료)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의료보험재무구조 개선만을 위해 만든 의료보험법은 결국 수혜자인 국민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피해만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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