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갑 칼럼]신문? 또 무슨 신문!

  • 입력 2006.04.05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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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따진다면 공(功) 보다는 과(過)가 더 많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그의 업적 중에는 북방정책과 같은 매우 의미있는 것도 있지만 잘못한 일이 많다보니 그것조차 묻혀 빛을 못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또 한 공으로는 한 때 영웅적인 대접을 받았던 ‘6·29선언’을 들 수 있겠다. 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던 이 선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 역사적인 ‘선언’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두환 대통령이 연출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 선언 이후 혼란스럽던 정국은 안정되고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 선언 가운데 대통령직선제와 평화적 정권이양, 다음으로 제시된 것이 언론자유 보장이었다. 5·16쿠데타 이후 20여년 넘게 온갖 방법으로 자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워 언론을 탄압함으로써 국민들의 알권리를 박탈했던 시절을 마감했으니 언론이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은 쏟아져 나오는 언론매체에 갈채를 보냈고 오랜 가뭄끝에 단비가 내리는 듯한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은 불문가지다. 노태우 대통령을 ‘물태우’로 표현해도 탈이 없었다. 군사독재 정권에서는 ‘국가원수 모독죄’로 철창신세를 져야 했을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게 대통령을 만화 소재로 삼는 것이었지만 버젓이 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독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국민들은 ‘새로운 공해’에 짜증을 냈다. 바로 ‘언론공해’다. 난립한 신문에 독자들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전두환 군사정권시절의 ‘언론 통폐합 정책’을 되뇌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정책을 발상했던 허문도씨가 다시 나와야 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만큼 언론이 국민들에게 폐를 끼쳤던 것이다. 그 후 20년, 경남에 또 하나의 신문이 창간을 보게됐다.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늘, 조간경남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 것이다. 조간경남은 분명히 우리나라 신문 역사에 새로운 점을 찍을 것으로 장담한다. 종합일간지이면서 무료로 배달되는 신문은 조간경남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창간준비를 하면서 격려의 소리보다 우려의 소리가 많았던 것을 먼저 솔직히 밝히고 싶다. “신문? 또 무슨 신문이냐!”는 질타의 소리에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오늘에 처한 언론의 상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잠재우는 것은 “정말 뜻밖의 신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불식시키자”는 다짐밖에 없었다.



묵묵히 창간 작업을 해 오면서 그 생각 하나에 모든 것이 집중 됐음을 숨기지 않겠다. 신문이 지역민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존 신문들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신문이라면 오히려 기존 신문까지 욕보이는 일이다. 기존 신문만으로도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데 또 하나가 신문시장에 뛰어 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리라면 조간경남은 존재가치조차 없다. 이런 전제 아래 모든 면에서 기존 신문과 뚜렷한 차이를 두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면은 기존신문의 형식을 택하고 무료로 배달되는 것은 생활정보지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조간경남은 기존일간지와 생활정보지의 틈새에서 우리만의 신문을 만들게 된다. 신문도 상품이다. 개성이 뚜렷한 신문, 독자들이 즐겨 찾는 읽을거리 가득한 신문을 만드는 것이 조간경남의 창간 목적이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나 폭로성 기사 보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신문, 세상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한 가정, 정다운 이웃,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신문을 만들어 보겠다는 게 조간경남의 기본 이념이다. 그것이 또한 새로운 신문의 출현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바람이라고 믿는다. 권력(權力)과 금력(金力), 관력(官力) 앞에 비굴하지 않고 좌우(左右)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조간경남이 정한 길을 묵묵히 걸어 갈 것이다.



그 길만이 “또 무슨 신문이냐”며 달갑잖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일로 보기 때문이다. “신문? 또 무슨 신문!”이라는 거부의 소리보다 “오! 이 신문”하며 반길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신문 탄생이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을 만한 ‘뜻밖의 신문’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첫날 첫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하종갑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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