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유동성 랠리 막 내리나?

차입매수에 필요 대출채권 발행 잇따라 무산

  • 입력 2007.07.31 00:00
  • 기자명 장병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로 세계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자 2003년 이후 대세 상승을 이끌어온 ‘유동성 랠리’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고위험 자산에서 빠져나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업 인수·합병(M&A)의 자금줄이었던 차입매수(LBO)에 필요한 대출채권 발행도 잇따라 무산되는 등 글로벌 유동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기업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국면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23.49포인트(1.25%) 상승한 1906.71에 마감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신용시장 경색 우려로 이틀 동안 121.00포인트(6.04%) 급락했던 지수는 중국 증시가 2% 이상 급등했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발 악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데다 중국과 일본의 긴축, 고유가 등 대외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 주 후반 뉴욕 증시는 유동성 위축 우려로 이틀 동안 4% 가까이 급락했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3% 이상 떨어졌었다.

특히 2003년 이후 세계 증시의 대세 상승을 이끌어온 ‘유동성의 힘’이 의심 받고 있다.

대신증권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고위험 자산에서 빠져나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신흥시장 국채의 가산금리(스프레드)도 가파르게 상승한 점에서 확인된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에서 최근 11거래일 동안 4조70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한 것도 안전자산 선호 추세를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세계 증시 상승와 M&A 시장을 주도한 차입매수(LBO)에 필요한 대출채권 발행이 잇따라 무산되는 등 글로벌 유동성이 흔들이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1987년의 미국의 ‘블랙 먼데이’와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월가의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는 2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 증시 폭락은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점과 함께 차입매수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기업실적도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대세 상승국면이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불거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악재는 미국 금융정책 당국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이어 “저금리·저물가를 축으로 한 안정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증시의 대세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