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감사원 상징, 탐관오리 조병화 흉상으로 바꾸라!

  • 입력 2007.08.08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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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감(監)이 붙는 부서는 권력자나 최고위급의 충견 역할을 하는 곳이지 억울한 백성이나 국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부처는 아니다, 라는 부정적 인식의 골이 깊었다. 이씨조선 시절 임금과 조정대사를 감찰하고 잘못을 탄핵하는 사간원이나 사헌부라는 곳에서 간혹 기개 있는 인물들이 있었으나 힘이 제왕에게 미치지 못했기에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말았다.

사실상 감사원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엄연하게 모든 정부기관 내에는 자체 감사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의 형평성이 저하될 때는 경찰과 검찰, 사법부에 의뢰하면 되는 데도 옥상옥의 감사원이 존재하는 것은 유감이다. 이런 이상한 기관은 세계에서 ‘대만과 대한민국’ 만이 아직까지 존치해 유지비와 관리비 및 인건비로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만 소비하고 있는 불요불급한 부처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방정치가 활성화 된 이후 지방정부는 감사원을 가벼이 여겨 감사원으로부터 공직자의 부정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에 엄중한 경고와 문책을 하라는 경고를 받아도 대다수 자치단체는 단체장의 입김으로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바람에 평가절하 된 부서로 전락하고 말았다.

샘물이 고갈하는 것은 샘을 관리하는 사람의 책임이고 담벼락이 허물어져 도둑을 불러들이는 것은 집 주인의 책임이듯 감사원이 막중한 감사기관으로서 국민들의 신뢰에서 멀어진 것은 그들 스스로가 맡은 바 소임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법령에 명시된 대로 하루를 하고 그만 둘지언정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아르고스 같은 감사원장과 감사관들로 포진 됐었다면 암행어사에 버금가는 감사원이 지방의 자치단체까지 우습게 보는 감찰기관으로 전락하는 해프닝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監査)는 감리(監理)와는 엄격하게 다르다. 추상같은 자세로 불법을 자행하는 정부기관과 자치단체를 조사해 티끌만한 직위나 직권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있을 경우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곳이 감사원이다. 국민들은 감리원이 아닌 감사원다운 감사원으로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원하고 있다.

지근한 예로 한 지방 자치단체가 전임 시장과 경남 소재의 모 중견 건설업체간에 맺은 부지선정 입찰에 이의를 제기해 감사원 감사를 신청했는데 파견된 감사관이 본질인 감사는 뒤로한 채 생뚱맞게 노인 복지원 감사나 하고 다니며, 마지못해 한 핵심적 감사는 행자부 감사와는 정반대의 감사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모자라, 진행 중인 감사 의견서까지 업자에게 비밀리에 제공한 물적 증거가 발견됐다면 과연 그 감사가 제대로 된 감사인가? 라고, 묻고 싶다. 이미 그 감사관의 이상한 감사에 검찰도 내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그런 감사가 경남 진해시에서 벌어졌다. 지역 언론과 방송들은 그 감사를 ‘이상한 감사’라고 비꼬는 보도를 연신 해댔고 시당국과 시민대표들은 두 번이나 감사원을 찾아가 공정한 감사를 촉구하고 국민고총처리위원회와 대검찰청에도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시운학부 권리 찾기’에 관한 공정한 감사를 촉구하기 위해 감사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한지 오래됐으나 감사원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금까지 응답이 없다고 한다.

몹시 부끄러웠으리라. 여우는 항상 꼬리를 감춘 채 본색을 숨긴다고 한다. 진해 시민들은 감사원을 여우꼬리에 비유하며 연일 폄훼의 성토를 외치고 있다. 법이란 국민 한 개인의 권리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서야 하거늘 하물며 그 피해가 17만 시민 전체에게 손실을 끼친 막대한 사건임에랴. 물론 이 분쟁은 법적으로 비화 되어 아직 최종심의 판단이 남아 있긴 하나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 는 시중의 회자는 손오공의 ‘근두운’보다 더 빠르다는 인터넷망을 통해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감사원의 위상은 볼썽사납게 추락하고 만지 오래 됐다.

시민단체들은 ‘시운학부 부지 권리 찾기’라는 이름 아래 10만 명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일부 시민들은 조만간에 감사원으로 몰려가 똥통과 허수아비를 들고 1인 시위와 퍼포먼스를 벌일 모양이다. 똥통은 냄새나는 것이고 허수아비는 가짜라는 것을 뜻한다. 감사원에서 파견된 감사관이 공정한 감사를 외면했거나 업체와 결탁했다면 인분보다 더 냄새나는 엉터리 감사이기에 똥통이나 허수아비와 다를 게 무언가? 곤륜산을 불태운들 화산보다 강하며 장강의 물을 다 쏟아 부은들 해일보다 무서우랴. 국민여론은 활화산이나 해일보다 더 무섭다.

감사원은 하루속히 고위직 감사관을 다시 파견해 이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이 ‘이상한 전쟁’의 결말을 시원하게 내줬으면 한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권력과 토호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명정대한 감찰을 했기에 오늘날까지 전설과 신화의 상징적 인물로 남아있고 탐관오리로 동학란의 단초를 만든 조병학의 선정비는 누군가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감사원은 최고 통치자의 하수인이 아니라 억울함과 불편함을 겪는 국민의 수족이 돼야한다.

바라노니, 감사원은 국민들의 지탄으로 자칫 몸통 자체가 해체되기 전에 읍참마속의 각오로 다시 분발하라. 그리고 땅에 떨어지기 직전의 위신을 주워들고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속히 감사원 본래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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