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논단]장군천을 살리자

  • 입력 2006.04.25 00:00
  • 기자명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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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청 건너편에 재래시장이 있다.
장군이 났다하여 장군동이라 붙여진 곳으로 장군천을 끼고 앉은 자그마한 장터이다.

힘차게 흐르는 장군천의 물살 덕분일까, 시장사람들의 펄떡펄떡 뛰는 맥박이 피부에 와 닿는다.
집채만한 엉덩이를 드러낸채 장군천 물살을 따라 소변을 보는 아주머니가 있는가 하면 마음씨 좋아보이는 생선장수 아주머니의 뱅뱅 도는 듯한 도수 높은 안경이 있다.

“자아- 오이소 오이소, 시잉싱한 고등어가 한 마리에 천워-언!”하며 칼끝을 통나무도마에 퉁퉁 찍어대는 구릿빛 팔뚝이 있다.

한귀퉁이에선 텁텁한 막걸리에 육자배기 타령이 흥취를 돋우고 화덕 위에 올려진 낙지도 발을 오그렸다 폈다 몸을 비틀어 춤추는 듯한 장군동시장은 이렇게 신명나는 굿판을 연출하는 곳이다.
여기에 터잡고 사는 상인이 대략 칠팔십명 정도의 소박한 곳이어서일까, 시장에 들어서면 모두가 피붙이인 듯 살갑고 예쁘다.

예쁘다? 그래, 이 정경이 예쁘게 보이는 것이 단순히 아담한 구조여서일까? 가만 둘러보니 그건 장군천만이 갖춘 주변의 경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선 장군천 초입을 보면 넓은 터에 정자나무처럼 넉넉한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지어 있으니 4월이 되면 꽃그늘 아래 앉아 흐르는 개천을 보며 바쁜 일상에서 잠시 여유를 갖게 하고 나란히 자라는 사철나무며 버드나무의 휘어진 가지는 굳어진 마음을 풀어준다.

개천을 따라 오르며 좌판에 깔린 산나물이며 오이, 홍합 등 이것저것 산 것을 검정비닐봉지에 담아 윗자락까지 오르고 보면 꽤 묵은 듯한 소나무가 짙은 그늘로 하늘을 덮고 있다.

개천을 가운데 두고 건너편 벚나무도 길게 가지를 뻗어 있어 소나무는 마치 굵은 바리톤으로 ‘오 솔레미오-’를 부르는 듯 하고 벚나무는 ‘오 내 사랑’으로 화답하는듯 두 나무의 가지가 닿아 엉겨 있으니 연리지(連理枝)가 따로 없구나 싶을 정도다.

버드나무 아래 세차게 흐르는 물살이며 돌담, 잡초와 개천 주변의 다소 기운듯한 집들, 그리고 아슬아슬한 공간에 자리매김한 살구꽃이며 수국 홍매화가 가난했지만 따스했던 60년대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이런 아름답고 질박한 자연환경을 잘 살리고 가꾸면 그림같은 예쁜 시장이 되어 새로운 문화로 태어나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말이다.
그리한다면 정선 아우라지나 하동의 화개장터 못지않은 관광상품의 가치를 획득하게 되리라 여겨진다.

꽃과 개천의 맑은 물과 굵은 소나무 그리고 질펀한 인간미가 넘치는 장터가 아우러진 아담한 쉼터로 말이다.
개천 주변의 청결과 미화에 신경을 쓰고 상인들에게 이런 취지의 긍지를 심어 의식화에 주력한다면 충분히 동화같은 장소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하면 ‘진리란 무엇인가,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며 길거리, 시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이야기 하던 또 다른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고 ‘너희는 인간을 초극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였는가?’고 외치며 시장바닥을 누비던 또 다른 니체가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을 불러들여 단순한 시장바닥이 아닌 삶의 재충전과 가치를 배우고 폭넓은 문화를 공유하는 훌륭한 요람이 되리라 기대되는 곳이 바로 장군시장인 것이다.
백화점이 갖춘 편의와 세련미를 적절히 도입하면 백화점서 누릴수 없는 그야말로 동화같은 장터가 되지 않을까?

강정이/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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