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경남연합일보여, 걸음마 때를 잊지 말라!

  • 입력 2007.08.22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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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당시 짐승처럼 학대받던 흑인들의 인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나선 링컨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분에겐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한국의 전설적 경제인으로 남아 있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역시 초등학교 출신이다. 그래도 그분 밑에 대한민국과 세계 일류의 명문대학 출신들의 엘리트들이 몰려들었다.

자칭 유수의 명문거족 출신들과 명문대 출신들은 노무현 현 대통령내외를 상고와 여중 밖에 안 나온 사람이라고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폄훼를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은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늘이 내는 것이다.

달마대사로부터 여섯 번째 부처님의 법을 이은 6조 혜능대사는 당시 중국에서 천민으로 홀대받는 남방 사람으로 까막눈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팔만사천경에 통달한 신수라는 분 대신 5조 홍인대사로부터 부처님의 법맥을 전수받았다.

조선조 중중, 성리학이 사회저변에 뿌리를 내리면서 학문은 단순한 논리나 지식에만 그치는 외우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와 백성을 이익 되게 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개혁파들이 잠시잠깐 조정을 장악했지만 개혁파의 중심이었던 조광조 선생은 훈구세력의 모함에 걸려 결국 사약을 받고 말았다.

정적들은 궁궐의 나뭇잎에 꿀을 발라 주초위왕(走肖爲王)즉, 조 씨가 왕이 된다는 물적 증거를 위증해 선생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필자 역시 향토발전을 돕기 위해 조금 앞서나갔더니 나를 거세하기 위한 지역의 훈구세력들이 바쁘게 움직인다는 동정이 귀에 들려온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가 가로채는 게 아닌가? 하는 시기심과 한편으론, 불의 앞에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휘두르는 내 필검과 설검이 두려운 모양이다.

퇴계선생과 더불어 영남 유학의 쌍두마차이며 태두라 할 남명 조식 선생은 단성현감과 영의정의 교지를 마다하고 오히려 군왕의 치도인 제왕학을 상소로 올렸다. 그리고는 두륜산 밑 산천제(山天齊)에서 백성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하고 제자들에게 진정한 구국정신과 선비정신을 가르쳤다.
그랬기에 그 분 밑에서 임진. 정유재란 당시 곽재우 장군 등 의병장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머잖아 선생의 탄신일이다. 삼가 옷깃을 여미고 선생의 유택과 서원이 있는 산청 시천면의 덕천서원 쪽을 향해 무릎 꿇고 재배 올린다.

진해 지역 최고의 원로로 지역발전에 가장 공이 높았던 망구(90세)를 눈앞에 둔 이재복 진해 시장의 부친인 이상인 어른 역시 초등학교 출신이다. 그런 데도 진해를 발전시킨 공은 홀로 드높다. 그러나 시장의 부친이라는 비판과 비난 때문에 공이 있는 시민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시민문화대상을 거절하고 말았다. 아들의 전도를 가로막지 않으려는 뼈아픈 분노와 슬픔을 견뎌낸 부친으로서의 결단이었다.

진해 태평동 구 진해시청 앞 빌딩에서 광무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신호’씨란 체육인이 있다. 부평초 같은 삶이다보니 고향인 안동에서 진해로 떠내려 와 정착했고 남들이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나닐 때 그는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으며 조반석죽의 생계를 꾸려나갔다.

후일 그는 불굴의 집념으로 주경야독하며 운동에 매진했고 독학으로 형설의 공을 이룩해 지금은 동아대학을 졸업하고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가장 부럽고 부끄러웠던 것은 가난이 아니라 세라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구두닦고 있는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였다고 술회했다.그런 그가 지금은 경남 최고의 중진 체육인으로 우뚝섰다.

이렇게 세상을 빛내거나 이롭게 하는 것은 학력과는 무관한데도 세상은 학력 타령으로 와글거린다. 세월이 지나면 누런 종잇장으로 변하는 종이쪽지 하나가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한 사람들에게는 중요할지 모르나 그런 종잇장이 이 국가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척도가 돼주진 못했다.

형설의 집념과 실사구시의 정신이 깃들지 않은 개인의 영달과 치부에만 급급한 최고 학력에 집착한 이율배반이 우리 사회의 인권을 얼마나 짓밟고, 사회의 축을 비뚤어지게 만든 주범인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도 명문교에 대한 이상과 학력제일주의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한다.

막가파들보다 사람을 많이 죽이고 세상을 망친 사람들은 무식한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많이 배운 자칭 양반이라는 지식인들이었다.

‘경남연합일보’ 역시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애와 다름없어 지금은 겸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다음 기성 언론으로 성장했을 때 올챙이 적을 잊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그런 언론사를 직접 목격 했다.

‘경남연합일보’만은 비록 연륜이 쌓은 다음이라도 어렵고 힘들게 이룬 창간정신의 초심을 좌우명으로 삼아 경남 제일, 대한민국 최고의 지역 중도 개혁신문으로, 경남을 지키는 꺼지지 않는 정론의 횃불로 오래 오래 활활 타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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