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일기]날씨예보는 곧 돈이다

  • 입력 2007.08.24 00:00
  • 기자명 이일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남지방에는 오후부터 강풍을 동반한 큰 비가 내리겠습니다.”

오늘 우리지방과 관계되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다.

눈이 오면 의류판매가 늘어나고 비가 오면 줄어들 뿐 아니라 여름날 기온이 1도 오르내림에 따라 그곳의 빙과류와 탄산음료 판매량이 급격한 변동을 가져온다. 영남(嶺南)지방은 익히 알다시피 문경새재, 즉 조령(鳥嶺)의 남쪽지방이란 의미다.

그러나 영동지방은 같은 고개 영(嶺)자를 쓰지만 조령과 관계되는 영남과는 달리 대관령의 동쪽지방이란 의미이므로 듣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영남이 대관령의 남쪽지방을 두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영동지방이 문경새재의 동쪽지방인지 헷갈린다는 말이다.

영남지방이라 하면 경상북도와 경남전체를 아우르는 대명사가 분명한데 자세히 들어보면 경남지방의 내륙을 제외하고는 경남전체를 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따로 남부지방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참 듣고 있으면 그것도 경남 남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남부지방이란 말은 어떤 때는 전남, 경남을 싸잡아 모두 그렇게 불렀다가 어느 듯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전남지방 전체 또는 전남 남부일부만을 통칭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불분명한건 영남지방과 같이 호남(湖南)지방도 마찬가지다. 호남이 전라남북도를 말하는 건 영남이 경상남북도를 의미하는 것과 동일한데 여기에 지방이란 말이 붙여지면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내륙을 말한다. 그래서 남부지방이란 전라남도의 남쪽 해안지방을 따로 부르는 말이 생긴 모양이다.

호서(湖西)지방도 헷갈리기는 다르지 않다. 호서나 호남은, 영남이나 영동이 조령이나 대관령, 즉 어떤 고개(嶺)를 기준으로, 그 동쪽이나 남쪽을 가리킨 것과 같이, 어떤 호수(湖水)를 중심으로 그것의 서쪽지방을 호서라 부르고 남쪽지방을 호남이라 불렀을 텐데 그 호수가 어디냐? 물으면 대답이 멍해진다.

어느 분은 금강을 두고 그렇게 부른다고 하지만 아무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제주도도 남부지방이긴 마찬가진데 제주도와 독도, 울릉도 등 섬 지방은 그냥 제주도 울릉도, 독도라 딱 지명을 지적해 부르고 있다, 이런 일관성 없고 애매한 지역 호칭은 중국적인 냄새가 물씬거린다.

산서나 산동은 알려 진대로 태산이 아닌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지역이라는 것이고 호북과 호남은 동정호를 기준으로 그 북쪽과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일정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또한 하북과 하남은 장강을 기준으로 그 북부와 남부를 나누는데 시작은 분명하나 범위는 역시 명확하지 않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가 사는 경남마산은 어디에 속할까? 남부지방도 아닌 것 같고 영남지방은 너무 그 범위가 넓은 것 같다. 기상학적으로 하늘에서 보는 한반도는 어쩌면 그렇게 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지적할만한 그런 넓은 곳이 못되는지도 모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기상이고 범위를 갈라놓아봤자 너무 좁은 한반도라 예보에 정확성이 없기 때문에 애매하게 중국식으로 나라를 나누어 부르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오늘날 기상학은 그냥 경험적 예보나 어떤 공식으로 풀어나가는 그런 학문이 아니다.

가장 비싼 기계들을 사용하고 현존하는 최신의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최첨단 학문이다.

그런 학문을 바탕으로 하는 기상학에서 애매모호한 중국식 지역표기는 개선되어야 한다.

태풍 매미를 생각하면 지역상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진해는 전혀 피해가 없었으나 마산만 심한 해
일피해를 입었는데 내 개인으로 보면 단 10분만에 5000만 원이 해일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비록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하더라도 반드시 점차 세분하여 예고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지역 명칭부터 과학적으로 이름 지어 불려져야 할 것이다.

세계기상학회는 앞으로 진도와 여수 마산을 잇는 이 지점에 시간당 1000mm이상의 어마어마한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중심의 모든 정책은, 지방자치제가 되었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오늘은 흐리고…” 이렇게 하면 그건 오늘 서울지방은 흐리고를 의미한다. 지방기상대의 지방일기예보를 지방소식 다음에 반드시 자세하게 넣어 방송해야 할 것이다. 비록 서울이 대한민국 인구의 1/4 을 차지하는 이 나라 수도라 하더라도 모든 걸 서울 중심으로 만들어 계획하며 예보 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다.

내가 시골에 사니까 우리 대통령 말씀대로 쪽팔려서? 불평하는 소리가 아니다. 고가의 첨단장비, 막대한 예산편성은 그만큼 국가가 필요로 하기에 국민이 부담한다.

장마, 태풍과 해일이 겁나는 여름철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기후는 국민과 기업에겐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돈 말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