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칼럼]안락사의 위헌론 시비

  • 입력 2007.08.27 00:00
  • 기자명 권경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헌법에는 생명권에 관한 규정이 없다. 독일 기본법은 제2조 2항에 생명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생명권을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12조 신체의 자유, 제37조 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 한다」는 규정 등에서 근거를 찾는다. 생명권은 죽음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간의 육체적 존재형식으로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주체는 모든 자연인과 태아도 포함된다고 본다. 생명권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살이나 자살방조도 허용 안 된다고 본다. 생명을 단절하는 사형·낙태·안락사는 생명권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3가지가 입법화의 미비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헌시비에 휘말리고 입법화를 촉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생명의 단축은 헌법 제37조 2항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로 기본권 보장의 존재가치마저도 상실할 정도의 침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안락사로 인한 생명의 단축문제도 이같이 본질적 내용의 침해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안락사에는 ①소극적 안락사, ②적극적 안락사, ③존엄사의 세 가지가 있다. 소극적 안락사는 희박하지만 회복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같은 의미 있는 치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단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의료계는 소극적 안락사를 반대한다. 소극적 안락사가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내거나 치료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인 데 반하여,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 등을 투여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많은 부작용을 수반할 가능성 때문에 허용하기는 곤란하다고 하겠다. 존엄사란 최선을 다했는데도 죽음에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고 품위 있는 죽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불치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의사 결정에 따라 그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생명 연장조치를 제거하거나 중단·보류하는 존엄사는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국민 10명 중 7명이 불치병 환자가 죽을 권리를 요구할 때 의료진이 치료를 중단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존엄사를 점차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프랑스·대만·홍콩은 존엄사를 법제화하였으며, 영국·네덜란드는 적극적 안락사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법원도 안락사를 돕는 의사들을 무조건 처벌하는 조치가 잘못됐다고 판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원이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한 자녀와 집도한 의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였다.

기계에 의한 생명의 연장이 의미가 있는지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인간의 진정한 생명은 인격적 생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죽음이란 의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한다. 안락사와 뇌사의 범위도 늘고 기준도 완화돼 간다고 한다. 안락사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생명은 신이 준 것이기에 신성하고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위선적이라고 싱어는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인간생명은 생물학적 생명이 아니라 인격적 삶이라고 말한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이 아니라 인격적 삶이라는 것이다. 뇌사자는 인격적 삶을 영위할 수 없으며, 이들에 대한 안락사는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가능하다고 한다. 살아도 산 게 아닌 사람에겐 미련의 끈을 놔주는 것이 당사자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인격적인 생명을 유지 못하는 불치의 말기 암 환자나 뇌사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 라는 해답을 국가와 사회가 제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뇌사자의 장기기증 등에 관하여는 우리는 입법으로 해결하였다. 우리나라는 1999년 2월 8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년 뒤 2000년 2월 9일부터 시행되어 뇌사자의 생존시 장기이식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뇌사자의 장기이식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이 안락사에 관하여는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바이고, 종교계에서는 존엄사도 반대 입장이겠지만, 환자나 환자가족 등의 간호와 경제부담 등을 감안할 때 환자가 원하고 전혀 소생이 불가능한 말기 병 환자에게 존엄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에다, 인간존엄성에 손상되지 않는다는 견지에서 우리도 존엄사의 법제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엄격한 조건하에 존엄사에 관한 입법이 논의되고 추진되어 위헌시비를 불식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