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대선후보 일백 명 시대

  • 입력 2007.08.31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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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인재가 많다는 건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대통령예비후보 등록현황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어떤 대학교수도 말했지만 솔직히 나도 그런 느낌이다.

정치인 31명, 종교인 6명, 회사원 6명, 농축산업 3명, 무직 21명을 합해서 무려 91명이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예비후보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계속 숫자가 늘거나 줄어 90명 선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개 지방의 시장 군수도 아니고 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거하는 마당에 자그만 치 아흔 명이상이 후보등록을 하였다니 정말 이 나라는 인재들로 넘쳐나는 그런 나라다. 이미 제1야당에서는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지지도가 50%를 넘는 대통령 후보를 치열한 자체경선을 통해 확정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등록은 계속 진행형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범 여당이 아직 경선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이젠 그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은 적고 줄어들 전망이다.

지금까지 등록된 예비후보들을 보면 정치인들은 그들의 최종목표가 대통령이므로 그렇다 치고 종교인이나 회사원 농축산 업을 하는 분들은 자기 나름의 소신과 포부를 가지고 한번 도전해 보는 것으로 보겠지만 무직이 21명이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무직이라 해서 모두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여 진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이든 간에 한번 이름 석자라도 알려야겠다는 그런 뉘앙스가 풍기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발표에 의하면 예비후보로 원래는 96명이었으나 개인사정으로 사퇴한 분이 2명, 피선거권 결격사유로 등록이 무효된 분이 2명, 그리고 나머지 한분은 등록 후 사망하였기에 96명에서 91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는 10명 안팎이었던 후보자가 이렇게 많아진 데는 이번에 처음 도입하는 예비후보자 등록제에 기인한다. 예비후보자격으로는 40세 이상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누구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젊은 유능한 인재들이 대선후보로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예비후보자 등록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과연 젊은 유능한 후보자가 활짝 넓혀진 이 문으로 드나들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식등록 땐 5억 원이란 거금을 내어야 한다니 문만 열어놓고 안방까지는 드나들 수 없는 생색만 내는 제도?가 아니길 희망한다. 정식등록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예비등록 하신 분들은 후보직을 포기할 것이다.

정식등록은 돈 아까워 못하지만 그 이전에 이렇게 유능하신 인재들이 흘러넘쳐 많은데 이왕 나선 김에 100명은 채워야 되지 않을까? 이제 아홉 분만 더 등록하면 100명이 되는데 말이다.

이제 바야흐로 노 정권 자화자찬 식 성적표대로라면 선진국에 바짝 도달한 우리가, 이 조그마한 한반도, 그것도 반쪽뿐인, 대한민국에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고 나갈 뛰어난 인재가 당연히 100명 정도는 더 되어야 될 것이다.

문제는 그 가운데 제사에는 뜻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는 분들이 더 많다는데 있다. 과연 뭣 때문에 되지도 않을 대통령 후보에 등록들을 하는지? 우리 어진백성들은 그 까닭을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노리는 게 있어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묘한 느낌은 든다.

어떤 효과를 노리고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나 일백 명이라는 적잖은 숫자가 그것도 이 나라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 그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니 뭔가 대단한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척동자도 다 헤아려 그 결과를 짐작해 알 수 있는 헛짓거리를 이렇게 구체화 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그 이름이 들먹거려지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 되어서 그렇게 했던 그저 장난으로 할 일이 없어 이런 일을 하였던 간에, 제발 국민들 세금이나 축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들 민초의 바램이다. 똑똑한 인재들이 너무 많은 나라에서 그 인재들을 이웃해 산다는 건 한편으론 영광스럽고 황송한 삶 같은데 글쎄 그 속 내용도 과연 그럴까?

나는 생래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자꾸만 걱정이 된다.

제발 “누구도 대통령 되었는데 나라고 뭐 못 하란 법 있냐?”는 식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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