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잘못된 국가 통계

  • 입력 2007.09.14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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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地)간에 만물(萬物)이 있고 만물은 천지의 음양(陰陽)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變化)한다, 모든 사물(事物)은 변화하여 소멸(消滅)해 원점(原點)으로 돌아가는데 이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변화한다, 그러나 전과 같이 변화하지는 않는다, 이때 주의해야 한다.”

주역(周易)의 자연관(自然觀)이다.

동양 철학은 사물이 계속 순환하고 변화한다는 동적(動的)철학이다. 어느 지점이나 어느 기간까지의 일정한 변화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는 사고(思考)에서 통계는 출발한다.

동양에는 이러한 사고가 생활의 방편으로 이미 민초들 사이엔 존재해 왔었다. 정초(正初)가 되면 아직도 우리 민족은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는 분들이 있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고래의 전통 관습의 한 놀이 정도로 보이겠지만 그런 게 아니다.

그건 토정비결이 무슨 재벌이나 왕후장상이 되는 비책(秘冊)이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오랜 삶의 방식에 대한 그 나름의 통계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통계는 그만큼 사람들의 오랜 신뢰를 받아왔고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확실해진 현대에 와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믿을 건 통계뿐이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진리에 가까운 건 통계이기 때문이다.”

통계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난 달 18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이 믿어야 할 국가 통계가 잘못 계획되고 수집되어 활용됨으로써 그 결과 실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한 국가기관이 단지 그 기관에게 부여된 어떤 과제를 조금 잘못했다는 단순한 그런 차원이 아니기에 분명 문제가 있다. 나라의 각종통계는 국가정책의 계획수립과 그 실행에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성능이 훌륭한 컴퓨터라 하더라도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시키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모든 국가적인 국책사업, 즉 복지, 노동, 조세, 건설, 인력사업 등에 국가통계가 그 밑바탕이 되지 않는 게 없는데, 그게 잘못 되었다면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국가사업이 제대로 되지 못했거나 정확히 되지 않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으로 계획되지 않았다고 생각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권이 노리는 정책을 위한 조작된 통계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창출하기위한 홍보용 위조된 통계도 그동안 전혀 없었다고 확인할 수 없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닌 그 결과가 대단히 심각함을 우리는 알게 된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우리의 선진국진입이 아직도 요원함을 말 해준다. 근년에 들어와 한국통계청에서 자주 신문이나 중앙방송들을 통해 통계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하는 사례가 흔해졌다.

과거에는 겨우 일년에 한번정도 인구조사를 한 것 등으로 간단하다 못해 그 결과만 잠시 나열한 그런 수준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매우 세분되고 잦아진 것이다. 이건 그만큼 국가통계가 우리 국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커졌다는 걸 정부도 인정하여 그것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시대가 통계의 중요성을 인정해 그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에 잘못된 통계치를 제공 하였다면 그 통계를 믿고 이용한 모든 국가적인 사업들은 거의 엉터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엉터리를 기본으로 모든 게 이루어져 왔다는 말인데 생각 할수록 아찔하기 짝이 없다.

통계분석시스템까지 오작동해 전반기 정부흑자를 적자로 재경부가 발표한 지경이 되었다.

보다 난해한 전문적인 변명이나 불가항력을 해결하라고 국민들은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 어떤 고상한 변론보다 당장 앞으로 필요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단지 바라는 것뿐이다. 보다 확실하고 명확한 통계를 필요로 하는 국가나 기관 그리고 개인에게 영향 받지 않는 정확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한시바삐 정비하거나 조정해야 할 것이다.

짜 맞추거나 정권이 의도대로 만든 통계를 국민들에게 보이라고 통계청이 있는 게 아니다.

통계란 단순히 과거나 현재만을 보는 평면적이고도 일차원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미래를 내다보는 보다 진실에 가까운 예측을 위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 어느 것 보다 탈 정치적이고 중립적이며 과거나 미래에 대해 후손에게 책임 질수 있는 정확성, 정직성을 주문하는 것이다. 통계에 국가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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