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대통령의 넓은 사저(私邸)

  • 입력 2007.09.21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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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해 앞으로 여생을 보내며 살 집 때문에 말들이 많다. 이제 임기가 길어야 서너 달 남짓 남았으니 공사가 시작 되면서 대충의 윤곽과 모양, 그 구조가 드러나 외부에 알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모 주간지는 “노무현 타운, 또는 봉화타운”이란 붉은 글자로 대서특필하며 예정보다 6배나 더 커졌다고 난린데 퇴임 후 계실 집 지을 땅 넓게 사놓은 건 엄격히 말해 죄가 아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주변 땅 14필지(9374평) 3만989㎡를 노대통령 친 인척 및 측근에다 청와대까지 취임 무렵부터 꾸준히 매입해 온 것으로 확인 되었다.

사저의 대지만 4290㎡로 역대 대통령들 사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드넓다. 참고로 제일 넓은 전두환 전대통령사저 818.9㎡의 5배, 김대중 전대통령사저 573.6㎡, 김영삼 전대통령사저 377㎡, 최규하 전대통령사저 359.7㎡ 보다는 8~10배나 더 넓다.

땅값으로 따진다면야, 당신 말씀대로 깜도 안 되겠지만, 대통령임기를 마치고 퇴임해 낙향한 전직 대통령 부부 두 분이 살기에는 너무 넓은 것 같다는 게 국민들 생각이다. 천하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이 정도 규모에서 살 수도 있는 것이지 뭘 그렇게 주간지나 신문에서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동안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노심초사(盧心焦思)해 왔던 대통령이 이제 퇴임하여, 이전의 앞 대통령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는데도, 과감히 고향에 내려와 살아만 주는 것도 황송한 일일 텐데, 그래 몇 푼 되지 않는 퇴임해 살 땅이 좀 넓기로서니 이렇게 배은망덕 할 수가 있느냐고 대단히 섭섭해 하실는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임기 중 내내 그리고 지금도 부동산과의 전쟁을 진행 중인 총사령관이 아무리 시골이긴 하지만 퇴임 후 살집을 이렇게 넓고 많은 땅을 꼭 보유하고 집을 지어야 하는가를 물어 그 대답을 꼭 들어 봐야 한다는 분들도 계신다.

서울 강남이 집값이 너무 올라 그곳에만 세금을 퍼 부은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방방곡곡에 고가의 부동산을 가지거나 다량 보유했다 하여 그야말로 국민들에겐 세금폭탄을 퍼 붓게 만든 분이 누구시던가?

농촌 땅값이 싸다해서 공장 단지만한 한 구역을 취임하자 곧 조직적으로 친구들 그리고 친인척, 후원자 명의로 각각 나누어 계속 매입해 왔다는 오해나 도덕성은 의심 받을 만하다.

제 아무리 싼 땅이라 하더라도 워낙 좁은 국토에서 살아온 민족들이라 한 개인이 주거공간으로 상식이상을 보유하면 우리정서로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로 퇴임한다. 아마 본인의 나이나 성격으로 봐서 그냥 은퇴한 뒷방 퇴역정객으로 남아있을 분이 아니다. 몇 번인가 자신의 퇴임 후 역할에 대해 말씀들을 흘린 적이 있기도 한데 그걸 대충 정리하면 젊은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정치학교 설립 같은 걸 생각 할 수도 있고 노사모 본부? 또는 또 다른 정치세력의 조직화 장소로 현실정치로의 본격적인 재등장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환경문제나 지방자치제 참여 등도 언급은 하셨지만 이것들은 희망사항으로 본인의 성격 등 그동안의 행보로 봐서 현실성이 극히 낮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다른 계획들이 있다면 일 만평 정도의 이 사저도 좁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맹자(孟子)등을 배출한 전국시대 제나라의 직하학궁(稷下學宮) 정도라면 몰라도 국가경영에 실패한 열린 우리당 정책 홍보학교나 정치세력화 노사모 총본부라면 문제가 있다.

내가 직접 내 돈으로 산 게 아니고 내 측근이나 내 친척, 친구가 자기들이 좋아서 주위에 죽 둘러 땅이나 임야를 사논 걸 내가 무슨 위법이라도 한 것처럼 매도한다고 억울해 하시며 그 특기인 고소 고발을 또 하실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공인은 그만큼 어려운 것일 것이다.

모 전 대통령께서는, 100평 이상이 호화주택이었던 시절, 딱 한 평 모자란 99평 저택을 지어놓고 호화주택이 아니니 법적으로 저촉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공인은 법보다 윤리 도덕이란 더 영향력 있는 얼굴이 그 법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있다.

일찍이 맹자는 “달즉겸선천하 궁즉독선기신; (達則兼善天下 窮則獨善其身)” 잘 나갈 땐 천하와 더불어 좋은 일도 하지만 궁할 땐 혼자 자기수양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5년 동안의 대한민국에 대한 봉사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득의담연(得意淡然)해야 하고 만약 실패했다고 여기셔도 실의태연(失意泰然)하셔야 할 것이다.

퇴임하신 어느 분처럼 큰 저택에 앉아 훈수정치나 하시겠다는 생각일랑 접는 게 좋다. 영국 처칠수상 미망인은 허름한 전세방에 처칠그림을 팔아 겨우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또 그녀는 기자의 질문에 “내 남편이 국회 앞에 동상으로 서 있지 않느냐” 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공성신퇴(功成身退); 틈 있을 때 마다 주장하신대로, 공을 이루었다면 몸은 물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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