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위조와 거짓말은 범죄다

  • 입력 2007.09.28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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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박사가 되는 데는 9년에서 11년이란 결코 적잖은 기간이 소요된다. 남자의 경우는 여기에 최소한 군복무 2~3년이 더 걸린다. 각 과정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취득해야 할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법적으로 정해 진 일수만큼 출석해 강의를 들어야 하고 자신의 학위논문을 실험을 바탕으로 작성 제출하여 학위논문 심사에 통과해야 하며 해당학위를 소지할 능력유무를 인정하는 소위 국가보증의 국가고시라는 시험에도 합격해야 그나마 다음과정에 옮길 수 있다.

비용 역시 만만찮아서 각종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물론 있지만 수백 만원이 넘는 등록금과 실습, 실험비를 꼬박꼬박 매 학기마다 갖다 바쳐야 한다. 잘 잘못을 떠나 이런 기간들과 과정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학위취득 형태다.

특히 이공계는 이외에 석사부터 박사까지 8년 이상 걸리는 게 통상관례로 되어져 있다. 유명인들이 명문대학 졸업, 학위취득 등 학력을 부풀리거나 위조한 게 들통 나 야단이다. 예술계뿐만 아니라 학계, 나아가 연예계 종교계 까지 공개가 확대되고 있는데 아마 수 백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들을 하고 있다.

학벌위주의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오히려 그들을 마치 희생양인 것처럼 퍽이나 아량이 넓고도 동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는 것 같다. 내 소견으론 그렇게만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한건 학력이나 학위취득 사실이 없는 걸 거짓이나 위조 했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을 이용해 광고의 극대화를 노린 제3자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본의 아니게 그렇게 하는 걸 방치 또는 방조한 경우가 되었다고 변명한다.

이 변명에 대해서는 만약 반대로 불리한 학력이나 경력을 제3자가 만들었다면 본의 아니게 방치 또는 방조 했겠느냐는 질문을 해 본다. 어떤 분은 거짓학력을 자신의 입으로 뻔뻔스런 거짓말을 한 분도 있다.

한술 더 떠서 고약한 짓거리로 유명외국대학의 학위나 성적표를 위조한 분도 계신다. 그걸 제출하여 국내대학에 교수가 되기도 했고 국제예술대회에 총감독이 되기도 했다. 결국은 자기 학력이나 학위 등 이력을 속여 그걸 이용하여 이른바 출세를 했다는 말이다.

뭐가 더 지나치고 모자랄 것 없이 모두가 사회의 공인이라는 분들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주위 친지들을 속였으며 제자들을 속이고 나아가 전 국민들을 잘도 속인 셈이다. 이들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처럼 말 하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인기가 치솟아 일단은 유명해 지고 난 뒤 더 또는 영원히 유명해지고 싶어 그렇게 했었다.

그렇다면 공인이 되고 난 뒤 학력이나 학위를 위조하거나 부풀렸다는 말이다. 엄격히 말해서 여러 각도로 다르긴 하지만 분명한 건 범죄인 사기행각을 했다는 의미다. 공인이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였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많은데 왜 이분들은 남들보다 좋은 위치에 있으면서 유독 그렇게 하여 남들보다 더 앞지르기를 했느냐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사회 탓으로’ 란 애매한 말로 자신의 행위가 변명 되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벌위주의 사회를 이분들은 잘도 이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점차 밝혀지는 규모를 보면 가짜나 위조가 없는 곳이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분명 학벌위주의 사회상은 유교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은 유교를 자기수양 방법으로 받아들인 반면 우리는 출세와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받아 들인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유교 세상도 아닐 뿐더러 사회 모든 가치관이 변해도 한참이나 변했다. 엄연히 범죄 행위로 직·간접적으로 타인들에게 피해를 준 것 만은 확실하다. 만약 이런 걸 그냥 넘어가 버린다면 누구나 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학당국도 알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텐데도 그냥 방치했거나 방조 했다는 흘긴 눈으로 볼멘소리를 듣는다 해서 억울하다 항변 할 자격이 없다. 실제로 신입생 선발 때 오히려 은근히 홍보까지 해왔던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버젓이 자기대학 이름으로 학위들을 학생들에게 주면서 무조건 외국에서 받은 학위가 국내학위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가당착적인 대학당국들의 자세도 문제가 있다. 교수선발을 하는데도 외국학위를 국내학위 보다 더 우선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명문대 졸업이나 학위취득보다 한 분야에 최고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값진 일인가?

그런데도 이들이 학위위조나 가짜 명문대 졸업이라는 겉치레를 그 위에 포장해야만 했던 것은 값지며 치열한 프로정신의 긍지를 스스로 믿지 못하고 두려워했거나 사회가 그저 줄 것이라 믿는 여러 프리미엄들을 노력 없이 덤으로 얻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위조와 거짓말은 범죄이므로 내친김에 그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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