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자연현상의 적조(赤潮) 회피책

  • 입력 2007.10.05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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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해안에 적조발생은 연중행사가 된지 오래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 경남근해에는 장기간 적조가 형성되어 그 범위를 동해남부바다 까지 점차 넓혀가더니 결국은 극심한 손해를 어민들에게 입히고 말았다.

지난 12년 이후 기록적인 피해라고 했다. 이미 양식 물고기 800만 마리가 폐사 했고 101억 원이 넘는 재산상의 손실이 집계되었다. 옛날에는 적조가 오늘날처럼 해마다 발생하지 않았었다. 적조뿐만 아니라 청조(靑潮)도 있었으며 흑조(黑潮)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열두 살 때 이른바 청조라는 걸 직접 체험한 일이 있다. 그때는 바다색이 이상하게 너무 파랗다고만 생각 했는데 후일 그게 청조였던 것이다. 아버지, 형 그리고 중학 1학년이었던 나를 포함, 세 부자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방 전 부친께서 인연이 있었던 경남 통영군 추도(秋島)로 휴가를 갔던 일이 있었다.

그땐 시간 맞추어 다니던 정기 도선이 없었으므로 큰 돛 둘 달린 목선을 타고 갔었다. 뱃전에 맞닿아 굽이치는 바닷물도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옥색으로 출렁였다. 물색을 보신 아버지께서는 연신 혀를 차고 계셨는데 “고기 낚기는 틀렸다” 고 하시던 말씀이 귀전에 생생한 걸 보면 바다색이 변하는 게 전혀 낯설지가 않으셨던 모양이다.

이때 물속에 들어가 눈을 떠보면 너무 파란 물빛 때문에 우선 사람이 질린다. 맑고 아름답긴 해도 너무 투명해 고기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는 죽음 같은 바다가 시야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청조는 흑조나 적조보다 더 어부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알려져 있다. 적조나 흑조는 띠를 형성해 그 띠가 지나는 곳에만 바다 생물이 질식해 죽지만 청조는 일부바다의 일정 범위 전체가 옥색으로 변하여 움직이는 생물들을 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년에는 적조가 발생하면 적조 띠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그곳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적조는 이상하게도 띠를 형성하여 넓게 퍼져가기도 하지만, 바다 밑에서 순식간에 위로 솟아오르는 기현상까지 보이므로 해서 일단 적조가 양식장을 덮치기라도 한다면 피하거나 예방 할 틈이 전혀 없어 피해가 급증했다.

그러므로 감시하는 사람이 작년까지만 해도 한명이면 족했는데 올해는 여럿이 동시에 합숙,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물고기도 물고기지만 사람이 죽을 지경이었다.

“태풍이 한번 할퀴고 지나가면 적조는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지나간 태풍 ‘나리’를 제외하고는 올해 올라온 태풍들 가운데 한반도를 지나친 건 없었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한해에 3~4개가 되고 그 절반이 8월말에서 9월초 안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만 유독 올해엔 거의가 일본으로 가 집중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었었다.

태풍 ‘나리’는 만만찮은 피해를 우리에게 주었지만 적조는 기대한대로 살아졌다.

적조는 코클로디니움이란 미생물이 바닷물의 부영양화와 수온상승으로 폭발적 증식이 되면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거의 소비해 버리므로 산소를 이용하는 바다생물을 질식 시킨다. 한때 합포만은 생물 및 화학적 오염으로 인해 이미 산소가 거의 없어진 상태여서 적조조차 발생하지 못했던 바다였다.

그러므로 태풍으로 수온이 떨어지고 바닷물이 뒤집히면서 미생물들이 파괴되면 살아있는 물로 다시 변하지만 아예 산소조차 완전히 고갈된 죽은 상태라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다 한들 기대하는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미생물들은 바닷물 속의 비정상적으로 증가된 질소나 인등을 분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바닷물을 정화하므로 크게 내다보면 해만 주는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해마다 적조피해액은 쌓이면서 나라의 큰 손실을 입히게 되어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적조발생 기간에는 가두리 양식을 금지하는 방법도 한번쯤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태풍직전 조기출하 할 수 있는 물고기만 기르든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속성으로 성장시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처 방법들을 연구 및 고려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적조가 닿지 않는 먼 바다로 가두리 양식장 전체를 이동했다가 적조가 사라지면 다시 근해로 끌어오는 방법도 생각해 볼 가치는 있다. 원천적으로 적조를 방지 할 수 없다면 피해가는 적극적인 방법이라도 시도해야 한다.

매년 황토만 뿌리는 예방 및 방제방법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다 속에 황토를 해마다 수 만 톤씩 뿌려대면 뭔가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영원히 없을 것으로 여기는 건 인간의 시건방진 생각이다.

적조도 예부터 있어 왔던 자연현상이 분명하면, 우리가 그 자연현상에 반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방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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