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기권하라!”

승인2006.04.27l수정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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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요한 건 우리 장애인분들도 귀중한 한 표를 꼭 자신의 권리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장애인분들이 투표장 까지 가기가 힘든 것이 큰 문제이며 현실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장애인분들이 후보들의 정책이나 정견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요, 직접 유세장엘 가기 힘들고, 달랑 유인물 한통 읽어보고 투표를 하려니 재미가 나겠습니까?” “그러다보니 후보들도 장애인분들의 표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아요.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에는 많이 소홀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장애인분들이 본인만이 아니라 그 가족과 주위 친지들 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힘이 될텐데…” “자자, 너무 멀리 나갑니다. 정리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 장애인 본인이 자신의 권리인 귀한 한 표를 꼭 행사할 수 있도록 도우자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회의 시간이 시끌벅적하니 활기가 넘칩니다. 이런저런 좋은 의견들을 모아내면서 결국 ‘장애인 투표 도우미’를 모집하기로 하였습니다.(이후의 일은 다음 기회에…). ‘장애인 투표 도우미 발대식’이라도 해야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떻게 하면 선거가 재미있을까? 어느 나라에서는 투표를 하면 얼마간의 수당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액수는 우리 돈으로 6·7천 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냥 집에서 노느니 투표하고 받아올 만한 짭짤한 액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듯한데, 그냥 날로 돈을 주기는 좀 그렇고… 투표를 하고난 후 꽁지표를 영화표나 국립공원 입장권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공휴일인 선거일 풍속이 많이 변할 것입니다.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 전 전화를 해서 “자기야 투표했어?” “아니, 자기는?” “뭐야 빨리 투표하고 꽁지표 가지고 ×× 영화관 앞에서 만나자, 빨리 투표해!”
또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등산을 가기로 하고 한분 두 분 모여듭니다. “어이, 투표했지.” “응, 자네는” “나도 물론, 꽁지표 가져왔지!” “그럼, 거기, 자네는 투표했는가?” “아니” “뭐, 투표를 안했단 말이야?! 이 사람이 정신이 있나 없나, 얼른 투표하고 꽁지표 가져와 오늘 등산갈 산 입장료는 꽁지표로 대신 하기로 했단 말야!” “아이쿠, 얼른 투표하고 와야겠네, 자네들 가지 말고 꼭 기다려!” “그럼 이 사람아 투표하러 간다는데 기다려야지” (꼭 공익광고 같습니다).

또 이런건 어떨까요? 찍을 후보가 없어서 투표장에 가지 않으신다는 분들, 투표용지의 맨 끝에 ‘기권’란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기권’이 일등을 하게 되면 그 지역 선거는 무효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선거를 할 때 이미 한번 나온 후보는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이 형편없는 후보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에서 하는 공천도 유권자들 눈치 보아가면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세우게 될 것입니다. 무슨 당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를 꽂아 놓아도 된다는 황당하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재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냐구요? 물론 그렇겠지만, 잘못된 후보를 뽑아서 유권자들이 몇 년간 인상 쓰고 다니고, 나라살림, 지역살림 엉망 만드는 것에 비하면 무에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나른한 봄날 오후 이런 생각을 하다 피식 웃고 맙니다. 그러다가도 걱정이 일어납니다. 우리 장애인분들도 소외되지 않고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또한 후보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을 더 많이 생산해내고, 당선 후에는 꼭 지켜야 할 텐데. 아, 봄날만 갑니다.

백남해 신부,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심경희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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