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녀의 인터넷과 게임 중독

  • 입력 2006.04.27 00:00
  • 기자명 김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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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흔히 매니아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공부가 아니라도, 음악이면 음악, 스포츠면 스포츠, 자신이 선택한 한가지 분야에서 전문가로 대접받고, 성공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무엇이 적성에 맞는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다양한 사회진출에 대해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쌈장의 신화’ ‘이기석’군도 그런 매니아 중의 한 명이다. 스타크래프트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 챔피언으로 그는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대학도 포기하고, 한 분야에만 매달린 결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청년이 ‘이기석’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PC보급률은 TV보급률을 앞질렀고,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률은 세계1위이다. 정보화 사회라는 21세기에 이런 지표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와 동반되는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소아청년정신과에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새로운 병명의 환자군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K군은 중2겨울방학 때 친구를 따라간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를 배우게 되었다. 그 후로 PC방 출입이 잦아졌지만 K군의 부모는 아이가 워낙 모범생이니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K군은 학원을 간다고 아침에 나가서는 PC방에서 늦은 밤이 돼야 돌아오곤 했다. 처음에는 타일러도 보고, 혼도 내봤지만, 아이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PC방을 출입했다.
결국 개학 후 학교에 아이가 오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정신과 외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면담 시 K군은 자신이 정신과까지 와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면담 시 절대 PC방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도 K군은 그 길로 PC방을 찾아가 늦게 귀가했다. 결국 K군은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다행히 K군은 그 후 입원 치료를 거쳐 외래 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에 복귀하여 고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꼭 K군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도 인터넷과 게임 중독의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PC게임의 보급에 따라 늘어나고, 그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중독의 경우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과는 성격이 다르고 정보화 사회에 따른 PC의 유용성이 더 많기 때문에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가장 좋은 타협점은 PC의 절제 있는 사용이다.

1.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의 PC나 인터넷 사용에 대해 통일된 견해와 입장을 가진다.
2.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한다. 특히 게임 중독인 경우 게임을 하는 시간 자체를 점차 줄인다. 게임 중에서도 인터랙티브한 게임의 비중을 줄여나가며, 폭력적인 게임에서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으로 게임의 내용을 단계적으로 바꾼다.
3. 컴퓨터 모니터를 부모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특히 자녀가 음란 사이트에 탐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4. 인터넷 이외의 다른 취미활동을 더 권장한다. 아울러 주간 일정표에 인터넷 사용시간도 계획한다. 취미활동과 인터넷 사용시간의 비중을 균형 있게 한다.
5. 중독증이 심한 경우에는 개개인마다 인터넷 사용 패턴을 분석한다. 사용 패턴에 따른 인지-행동기법을 적용해야 하며 이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기관에서는 인터넷 중독에 대해 인지-행동적인방법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즉 인터넷 사용의 패턴을 평가하고 시간 관리기법과 장단점 분석과 같은 자기 관리(Self-Management)적인 접근을 사용한다.
만약 아이가 중독증을 보이고, 주변의 대인관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에는 약물치료나 개인치료, 가족치료, 집단치료 등의 방법을 병행해 치료해야 하므로 가까운 소아정신과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진현 삼성병원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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