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칼럼]진해의 모 시의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

  • 입력 2007.10.22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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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晉)나라 혜제 때 양흠이라는 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있었다. 힘이 세고 성격이 급해 걸핏하면 완력을 휘둘러 주변사람들이 그를 귀신 보듯 했으나 자신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주처는 철이 들면서부터 이웃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기피하는지 깨닫고는 하루는 마을 정자에 나가 어른들께 이유를 물었다. “왜 나를 싫어합니까.”고 묻자 “자네는 고을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는 세 가지 해로움을 가진 것 중에 포함된 인물이라 그렇다네.”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 세 가지가 뭡니까?” 다시 반문하자“ 남산골의 호랑이, 장교 다리 밑 깊은 웅덩이에 사는 용(龍), 그리고 자네라네.”

주처는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그 세 가지를 없애고 바른 사람이 되겠노라며 반성하고 다짐했으나 마음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주처는 즉시 남산으로 달려가 호랑이를 단매에 때려죽이고 장교 다리 아래의 물에 뛰어들어 사흘 밤낮을 교룡과 싸워 용을 죽인 다음 이웃나라인 동오(東吳)로 건너 가 학자인 육운(陸雲)과 육기(陸機)의 제자가 되어 십여 년 동안 인격과 학문을 연마해 마침내 대학자가 되었다. 남이 싫어하는 것을 알았으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처의 고사를 인용해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고 한다. 진서(晉書) 본전(本傳)에 나오는 얘기다.

며칠 전부터 진해에는 여성동장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시의원의 품위 문제로 온 시내가 그 얘기로 회자되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역의 방송과 언론이 보도하고 중앙의 인터넷 매체까지 2탄으로 보도하는데도 유독 경남연합일보는 진해에 관한 다른 비판 기사는 올리면서 여성인권에 관한 중대한 기사는 방관하고 있다. 또한 사건의 주인공인 시의원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도 읽었지만 네티즌들의 비판에 맞서 처음 올린 모 의원의 사과문은 반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대 네티즌 성명서와 같았으며 최치원 선생이 황소에게 보낸 격문과 비슷했다.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속담만 상기시켰다. 자신에게 유리한 변명과 옳은 비판에 대한 맞대응은 견강부회(牽强附會)처럼 더 욕을 뒤집어 쓸 뿐이다.

다툼이란 모두 감정에서 촉발하는 것은 아니며 견해의 차이와 지나친 열정에서 비롯된 싸움도 있다. 본인도 이 문제가 모 의원의 의도적인 실수가 아니라 술에 만취한 남정네의 우발적 말실수로 생각한다. 그러나 큰 실수 뒤에는 곧바로 사과가 뒤따라 인과를 없애는 게 공인의 의무이자 인격인데도 그 의무를 모 의원은 유기하고 방기한 것이다. 그 의원에게 저 개과천선의 고사를 들려주고 싶다.

<모 의원에 한번 물어보자. 그대의 부인이, 딸이, 동장이란 고위직 공무원인데 공식석상에서 xx년이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다면 그대는 참고만 있었을까?>

이처럼 입장 바꿔 진지하게 반추해 보면 남 탓할 게 없다는 분명한 정답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은 1년 가까이 참으며 사과를 기다렸으나 당신은 사과는커녕 ‘언놈이 날 건드려?’하는 식의 오만방자한 자세로 일관했다. 그게 화근을 자초한 것이다. 세상은 변했고 모 시의원이 군인도시인 진해에서 기무사의 수사관으로 종횡무진 거들먹거리던 권력의 힘이 통하던 그런 때는 오래 전에 지났다. 지금은 인권을 가장 중요시하는 시대다.

사과문과 사과는 다르다. 그리고 반성과 사과는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존경받게 해준다. 모 의원은 하루 속히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달려가 공인다운 사과를 해주기 바란다. 늦을수록 이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변할 것이다. 이미 인권변호사들이 사법처리를 주장하고 있고,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 쪽에서도 공직을 접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결전의 의지가 전해진다.


부디 천려일실의 후회를 자초하지 말도록 모 의원에게 권고하고 싶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열쇄는 모 의원만이 쥐고 있다.

‘진해시의 공직자들 역시 모 의원 사건을 동료에 대한 복수혈전이었다’라며, 쾌재(?)만 부를 게 아니라 심기일전해 봉사하는 친절한 공복으로 거듭나야 한다. 잘못된 의정과 시정, 잘못한 시의원과 공무원들을 겨냥한 ‘잔 다르크’의 창과 ‘로빈 훗’의 화살에는 정해진 표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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