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대선가도, 말의 성찬 구설수를 타파해라

승인2007.11.13l수정200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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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비결을 보면 구설수(口舌數)라는 말이 매우 자주 나온다.

“재수는 있는 달이지만 혹 구설수가 따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느니, 또 “시비를 하지 않고도 구설수에 들기 쉬우니 어떤 시비라도 피해야만 손재를 면한다”는 등.

구설수란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다. 이 세계는 어차피 말로써 밥을 먹고 사는 언어의 세계이므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죽어있지 않고 살아있는 한 구설수라는 신수가 찾아오면 누구든 피할 도리가 없다. 구설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특히 대선정국은 바야흐로 말의 진수성찬이 차려진 계절이다. 말의 성찬 곳곳에서 또아리를 틀며 생겨나는 구설수는 대선후보자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로 번져가기 때문이다.

구설수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역대 대선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책으로 대선정국을 돌파해 간 것 보다 오히려 고비마다 등장하는 구설수와 마주쳐서 그것과 치열하게 싸워 타파해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구설수라는 괴물과 싸우는 모험의 여정이 대선가도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후보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군 면제를 부정한 방법으로 받았다’, ‘처남 땅이 차명 재산이다’는 등의 의혹들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말해, 구설수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말들이 그야말로 구설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결백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라도 문제가 드러난다면, 책임질 것이란 입장도 거듭 밝혔다. 또 “정치공작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려는 불순한 기도에 대해서는 국민과 함께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언젠가는 그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일단 이 구설수가 구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후보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지난 11일 무소속 이회창후보 캠프에서도 이용관행정실장이 20,30대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에 대해 기자에게 “그것이야말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가 해임된 일이 발생했다.

신문은 10일 이회창 후보의 북한산 산행에 동반했던 이행정실장이 “이후보에게 대학생을 포함한 20,30대가 정치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싶었다”는 기자의 발언에 대해 “그거야말로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던 것이 해임의 이유였다.

이 사건에 대해 이회창캠프는 “이후보는 평소 젊은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며 “있을 수도 없는, 말도 안되는 언행이다. 재차 사과드린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지난 2002년 대선당시 노무현대통령에 비해 20-30대 득표율에서 약 20% 뒤쳐져 패배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후보로서는 20,30대 폄하발언은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가장 민감한 문제 중의 하나이고, 이후보 캠프는 이 발언으로 또아리를 틀고 일파 만파 번져갈 구설수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 때를 놓칠 리가 없다. 정광윤 대변인은 “이실장이 이씨 캠프의 사실상 대변인이고 보면 이씨의 생각을 대변하는 게 아니겠냐”며 “보수진영을 분열시키는 것도 모자라 세대간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꼬리를 잡았다. 또 “이씨의 젊은층 폄하발언은 3년전 정동영 후보의 패륜적 ‘노인폄하발언’의 닮은꼴”이라며 “이씨는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퍼부어댔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후보는 지난 2004년 총선당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말과 함께 “한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그 분들이 꼭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라는 노인폄하발언을 했다가 두고두고 곤욕을 치뤘고, 그 때의 말실수는 아직도 그의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말의 성찬이 차려진 대선경기장속이다. 장애물 경기의 허들처럼 곳곳에 구설수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누가 이 구설수들을 제끼고 타파해서 정상에 오를 것인가. 불교의 <법구경>에는 함부로 내뱉는 말을 경계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재앙은 혀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함부로 혀를 놀리거나 상대가 듣기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라. 맹렬한 불같이 집을 태워버리듯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게 된다.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혀에서부터 시작된다. 혀는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이현도 문화특집부장이일광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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