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클리닉](25)계획임신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 전제 조건 건강한 아기 출산

  • 입력 2007.11.21 00:00
  • 기자명 하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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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임신이란?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저 출산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통계상 여성한명이 일생동안 낳는 아이수인 출산율이 1.16명으로 거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하나를 낳아도 잘 기르자”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잘’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기 위해 태교를 준비하는 예비 임신부들을 주위에서 흔히 본다.
하지만 잘 기르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도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예비임신 부부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상태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앞으로 부모가 될 예비임신 부부의 건강상태를 부부 스스로 또는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평가한 후, 임신부와 아기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해 적절한 시기에 임신하는 것을 “계획임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계획임신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계획임신을 한다 하더라도 큰 아이와의 터울이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체 임신의 70-80%정도는 미래의 아기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그대로 가진 채 임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획임신의 장점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계획임신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 가지씩 살펴보자.

첫째, 계획임신을 함으로써 기형아 출산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방법 중 한 가지가 엽산제 등의 복용이다.
엽산제는 비타민 B9로 우리 몸의 세포성장에 필수 영양소이다.
이는 태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중요 요소이며, 이것이 부족할 시엔 신경관 결손증, 언청이, 그리고 선천성 심장병 같은 중대한 기형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를 보충해 주면, 특히 임신초기에 척수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기형인 신경관 결손증을 85%까지 예방해 준다는 연구결과가 보고 된 바 있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시리얼이나 파스타같은 일반 식품에 엽산을 첨가하는 등 정부차원에서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계획임신을 함으로써 임신을 인지하지 못하는 임신초기에 알코올, 흡연, 방사선, 약물 등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할 수 있다는 중대한 이점을 가진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인 경우에 유산이나 태아기형에 가장 민감한 임신 초기에 알코올에 2배 이상 노출되며 약물, 흡연, 방사선 등에도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고 한다.
또한 이런 경우 임신기간 내내 기형아 출산에 대한 불안에 떨거나, 더 많은 검사비용을 지출한다든지, 아니면 이 불안을 견디지 못해 결국 인공유산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셋째, 특히 당뇨병, 경련성 질환, 고혈압 등의 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여성의 경우에 기형 발생 위험과 임신 중 합병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뇨병의 경우, 임신전 혈당 조절이 기형아 출산 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당 조절을 잘 못할 경우 기형 발생률이 8-9%인데 반해 혈당조절을 잘 한 경우엔 1%수준으로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경련성 질환인 경우에도 미리 항 경련제의 종류를 태아에 안전한 것으로 바꾸고 가짓수를 최소화 하며, 엽산제 복용으로 기형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원하는 시기에 임신할 가능성이 높아 태교와 출산 교육 등을 받으며 여유로운 임신 시기를 보낼 수 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계획 임신은 말 그대로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서 임신하는 것으로 모든 예비임신 부부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고령 여성이나 내과적·신경과적 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인 경우는 더욱 필수 불가결하다고 하겠다.

▲고령·질환 여성의 경우

출산 연령이 만 35세 이상인 고령 임신인 경우 ‘다운 증후군’등의 염색체 관련 기형아 출산율이 증가하며, 이외에도 임신 중독증, 임신성 당뇨, 조기태반 박리 등의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임신 합병증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들에 관한 충분한 상담이 사전에 이루어 져야 하겠으며, 임신 중에도 고 위험 임신군으로 분류하여 적절한 산전관리가 이루어 져야 하겠다.
고혈압은 전체 임신부의 약 5-7%에서 존재할 정도로 흔한 내과질환이며, 임신 중 뇌출혈,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임신 전에 심장, 신장, 간 기능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고혈압 약물 중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은 삼가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일부 신장 질환은 임신 중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구체 신염인 경우 임신 말기에는 고혈압이 흔히 생기며, 요로 결석을 갖고 있는 경우 임신중 감염증이 증가하며, 신장 관련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감염증 증가나 신기능 약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수 있다.

이외에도 다낭성 신장 질환과 같이 태아에게 유전되는 질환도 있으므로 반드시 임신전 정확한 진단과 신기능 상태를 파악하여 무리한 임신을 하거나 무계획 임신후 인공유산을 하는 등의 산모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겠다.

앞에서도 언급한 당뇨병이나 간질 등도 임신 전에 미리 잘 조절한 후, 적당한 시기에 계획 임신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풍진과 같이 임신 중 감염시 태아 기형을 유발하거나, 매독처럼 태아에게 직접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성 질환도 있으므로 임신 전 면역 상태나 감염여부를 파악하여 면역력이 없을 경우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고, 감염된 상태인 경우에는 미리 치료를 받아야 하겠다.

▲출산준비물

그렇다면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 출산하기 위하여 예비 임신 부부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상담을 통하여 예비 임신 부부의 위험요인을 분석하자. 본인은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래의 아기에게 위험이 될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상담을 통하여 본인의 영양상태, 생활 습관과 주위 환경, 질병 상태, 임신 관련 과거력과, 가족 중 정신지체나 선천성 기형 등 유전성 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여 미래의 아기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파악하여야 한다.

둘째, 검사를 통한 예비 임신 부부의 건강상태를 체크하자. 빈혈 수치, 간 기능, 신장 기능 등을 알 수 있는 기본 혈액 검사와 심폐기능을 알기 위한 심전도 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자궁암과 유방암 검사, 자궁이나 난소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질식 초음파 검사와 풍진과 간염 등에 대한 면역력 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 외에도 경우에 따라 갑상선 기능 검사,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검사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이 후 상담과 검사결과를 종합 평가하여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개별 상담을 받도록 하자.

셋째, 엽산제가 포함된 임신부용 종합 비타민을 임신 전부터 복용하자.
기형 발생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체내 엽산량이 낮은 경우와 체내에서 독성 산화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고 세포에 손상을 주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엽산과 산화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알려진 비타민 C, E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남편도 같이 복용함으로써 정자의 질을 높여 보다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나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배란일에 맞추어 임신을 시도하자.
부부의 건강이 최적인 상태에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따라서 술, 담배, 약물과 나쁜 작업 환경을 최소화 한 후 임신을 시도하자.

다섯째, 소변검사로 임신이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자. 생리 시작일로부터 약 4주 후가
되면 소변 검사로 임신을 확인할 수 있다.
양성으로 나오면 거의 임신이 확실하므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임신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혹시라도 자궁 외 임신이나 자연유산의 징후가 있을 경우에도 빠른 조치가 가능하며, 초기에는 약물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산모의 건강에 도움이 되며 치료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제까지 계획임신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하여 대략 알아보았다.

농부도 한해 농사를 짓기 전에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땅의 상태를 보고 거름을 주는 등의 만전을 기한다. 임신도 마찬가지이다. 임신 후 산전관리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임신 전에 미리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최적의 상태에서 임신을 함으로써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권민정 / 성균관의대 마산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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