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심리 치료 받아라”·“이승엽, 일시적 부진”

박주영 - 탁월한 선수 지나친 주목·주전경쟁 부담

  • 입력 2006.04.28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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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포츠 심리 전문가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승엽, 박주영 선수에 대해 독특한 진단을 내렸다.

춘천교대 스포츠심리학 구봉진 교수는 27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개그맨 노정렬·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이승엽 선수와 관련해 “야구 한 시즌이 152경기인데, 7경기 정도의 부진을 놓고 슬럼프를 말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선수의 경우, 타격 자세에 약간의 문제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배트 스피드나 인터뷰 자세 등을 볼 때, 개인 컨디션의 문제보다는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견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심리적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구 교수는 “이승엽 선수가 초반 활약에 대한 욕심과 요미우리 4번 타자라는 압박에서만 좀 더 자유로와진다면 다시 적응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하지만 심리 조절에 실패해서 만약 지금의 상황이 길어질 경우 슬럼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선수에 대해 구봉진 교수는 “확실히 탁월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며 “다만 예전에 비해 드리블 미스와 패스 미스가 많아졌고 골 찬스에서도 좀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박주영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빠르고 과감한 플레이보다는 좀 더 완벽한 찬스를 만들려는 욕심, 노련해 보이려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탁월한 선수지만 지나친 주목과 대표팀 주전 경쟁에 부담느낀 듯”

이와관련해 구 교수는 “박주영 선수에게도 집중 견제와 팀 전반의 부진 등 여건의 변화가 없지는 않지만 이 보다는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선수든 심리적인 부담을 안고는 있지만, 박주영 선수의 경우 젊은 시절 지나치게 주목을 받은 데다가, 월드컵 주전 경쟁에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경쟁 상대가 많은 점 등이 박주영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구 교수는 분석했다.

구봉진 교수는 이와함께 “박주영 선수가 영리하기 때문에 잘 이겨내리라 기대하지만 슬럼프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외국의 구단에서는 심리 상담가가 배치돼서 선수들의 불안과 부담 심리 조절을 담당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로지 웨이트 트레이닝만 중시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선수의 불안 수준은 너무 낮아서도 안 되고 높아서도 안 된다”며 “외국에서는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의 불안 수준을 적정하게 유지, 조절하고 있으며 불안 수준이 과해 보이면서도, 또 전혀 불안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는 박주영 선수 역시 이런 심리 상담 진단을 받아보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또 “한국에서도 예전에 부천 SK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나 선수들의 반감으로 실패한 적이 있다”며 “우리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요한 줄 알지만, 심리 문제는 개인의 인격의 문제로 취급하면서 결과적으로 외국 선수들에 비해 체계적인 심리적 컨트롤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구 교수는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우리 스포츠계의 분위기상 박주영 선수와 같은 슬럼프 사례는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스포츠 심리 프로그램들이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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